청와대 약품 구입목록 공개, 대리처방 등 불거지면서 각종 의혹 터져나와

‘최순실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의료계, 제약계로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청와대 약품 구입목록 공개, 대리처방 의혹, 국가 2급 비밀인 대통령 혈액 유출,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 행적 등을 둘러싼 진실공방의 쓰나미가 의료계와 제약계를 덮치면서 수면 아래 있던 각종 의혹과 모순덩어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의료계는 청와대가 2년여 기간에 걸쳐 구입한 의약품 목록 중에 비타민 등 주사제를 포함해 갱년기개선제, 전신마취제, 미용주사제, 탈모치료제, 비아그라 등 종합병원을 방불케 하는 처방 의약품들이 대거 포함돼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의료계는 청와대 의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어울리지 않은 약들이 많고, 청와대의 해명처럼 원래 치료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의약품 구입내역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대통령실 혹은 대통령 경호실 명의로 31차례에 걸쳐 총 2027만원 어치, 10종류의 의약품을 구매했다.

이 중 미용목적 주사제로 알려진 라이넥주(일명 태반주사), 히시파겐씨주(일명 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일명 마늘주사) 등이 포함돼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태반주사의 경우 지난해 4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50개 씩(2㎖) 총 150개를 74만2500원어치 구입했으며, 감초 주사는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각각 50개씩(20㎖) 총 100개를 35만5400원에, 마늘주사는 2014년 11월에 50개를(10㎖) 27만5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 주사제로 알려진 의약품 총 300개, 137만2900원어치가 구입된 것으로, 생각보다 많은 양이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게 의료계 일각의 견해다.

한편, 청와대는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등 미용 목적의 주사제를 사들였다는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청와대는 비아그라 등의 구매 보도와 관련해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모든 약품은 순방을 앞두고 주치의가 황열과 고산병에 대한 자문을 받아서 처방받은 약품들”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또 청와대가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를 구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신속 기관 삽관을 위한 응급 약품으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초응급상황 발생할 때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근육 진정제”라며 “기관 삽관할 때 근육이 뭉쳐 있으면 삽관이 안 되니 그것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청와대 의약품 구입 자료에 대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며 “너무도 엉뚱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심해도 너무 심하다. 자중을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혹은 대통령 경호실 명의로 녹십자로부터 라이넥주(일명 태반주사) 등의 의약품을 구매했다는 일부 보도내용과 관련, 녹십자 관계자는 이들 약품을 녹십자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도매상을 통해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문제가 되고 있는 미용주사제 등 의약품 다수가 전문의약품인 만큼 그 유통과정에 대해 관련 당국이 소상하게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이 가명을 통해, 2010년~2012년 미용 시술을 차움의원에서 무료로 받은 것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뇌물죄로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또 청와대가 비아그라, 태반주사, 백옥주사, 비타민 주사 등의 의약품을 구매한 것에 대해 “사적인 용도로 소요되는 의약품을 국민의 세금인 청와대 예산으로 구입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김상만 전 차움병원 의사와 김영재 김영재성형외과 원장도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김상만씨는 박 대통령 주사제 처방을 최순실씨와 최순득씨 자매의 이름으로 대리 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청와대 의무실에서 구매한 의약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창석 주치의 시절 의약품 구매가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주치의를 맡을 때의 2배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는 이병석 원장이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담당했고, 서창석 원장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근무했다.

윤소하 의원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병석 원장이 주치의로 있었던 16개월간 의약품 구매액은 5071만원으로 월평균 316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서창석 원장이 주치의로 있던 18개월간 청와대가 사들인 의약품 구매액은 1억281만원으로 월평균 571만원이었다.

윤 의원은 특히 비아그라·태반주사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의약품들이 모두 서창석 원장이 주치의로 있던 시절에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창석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시절 비아그라·태반주사와 같은 의약품의 구매가 급증한 이유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창석 원장은 이와 관련 청와대 특정 의약품 구매 의혹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약품 구입은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을 통해 이뤄진다고 하면서 주치의는 결재라인에 있지 않아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료‧제약계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청와대와 관련된 의료, 의약품 관련 의혹이 보건당국 또는 수사기관에 의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각종 미용주사제에 대한 청와대 구입사실이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뜻하지 않은 오남용 부작용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