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추워지면 혈관 수축해 일시적 혈압 상승, 근본적 예방은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

▲ 을지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최유정 교수
고혈압 환자들에게 겨울은 다소 부담스러운 계절이다. 해가 짧아지고 찬바람에 기온도 낮아진 요즘, 특히 나이든 노인이나 고혈압 환자들은 남다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혈관벽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리는 고혈압의 특징과 합병증 관리를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을지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최유정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특별한 증상없는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혈압이란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측정 부위에 따라 동맥압, 정맥압, 폐동맥압, 폐정맥압 등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혈압은 팔의 동맥에서 측정한 동맥압력을 의미한다. 심장의 펌프작용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의해 이뤄지며, 심장의 수축에 의해 가장 높아진 순간의 압력을 ‘수축기 혈압’, 이완에 의해 가장 낮아진 순간의 압력을 ‘이완기 혈압’이라 한다. 단위는 흔히 기압을 측정할 때 이용되는 mmHg를 사용하며, 읽을 때는 ‘밀리미터 머큐리’라고 한다.

고혈압이란 성인의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의 15~30% 이상에서 발견되는 아주 흔한 질환이며, 외국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의 혈관은 더 좁아지기 때문에 겨울철엔 혈압이 높아지게 되고 고혈압을 원인으로 하는 여러 가지 합병증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실제로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사망은 9월이 가장 적고, 1월과 2월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겨울철에는 여름의 거의 두 배가 된다. 때문에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의 지병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겨울철 건강관리에 조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고혈압은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신부전 등 온몸에 걸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혈압을 측정해 보기 전까지는 진단이 되지 않고, 진단이 되더라도 환자 자신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혈압 위험인자와 합병증 주의해야
대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혈압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이를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라 하며, 환자의 90~95%를 차지한다.

나머지 5-10% 정도는 신장 이상이나 혈관 이상, 종양, 부신 및 갑상선 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혈압이 높아진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면 고혈압이 해결될 수 있으며 이를 이차성 고혈압이라 한다. 일차성 고혈압에 비해 증상이 갑작스레 나타나며, 혈압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고혈압인지도 모르고 방치하다가 신장, 뇌, 심장, 눈에 합병증을 일으키며 건강을 잃고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합병증은 뇌졸중으로, 매년 3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다. 뇌졸중은 새벽과 아침에 많이 발병하므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갑자기 찬 공기를 쐬면 뇌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하면 막히거나 터지기 때문이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는 손발저림과 무기력함, 어지럼증, 신체 감각 이상, 물건이 둘로 보이는 착시, 얼굴 마비, 구토와 출혈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두 개 이상 동시에 나타난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밖에도 높은 혈압이 찬 공기에 노출됨으로써 심장이 쥐어짜듯이 아프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 심근경색증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가 붓는 울혈성 심부전증 그리고 신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는 신부전증, 뚜렷한 원인 없이 손발이 저리는 말초신경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유정 교수는 “고혈압 위험인자는 환자가 조절할 수 없는 나이와 가족력을 제외하고는 당뇨병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환자 스스로 질병과 신체 상태를 인지하고 비만이나 흡연, 음주, 염분섭취량, 스트레스 등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꾸준한 관리 필수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비결은 혈압을 자주 재어 보는 것이다. 요즘은 병원뿐만 아니라 관공서, 은행 등에도 혈압기가 비치돼 있어 혈압을 수시로 측정하기 용이하다. 때문에 연령이 50대 이상이라면 자주 혈압을 재어 건강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치료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선택해야 하며 지속적인 투약에 의한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처방받은 약을 복용 중 부작용이 있거나 건강보조식품 등 함께 먹는 약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의사와 상의 후 복용하도록 한다.

고혈압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 과음 제한, 금연, 스트레스 제거, 적당한 운동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운동은 혈압과 체중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신체를 건강하게 한다. 그러나 심한 운동은 심장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호흡이 가빠져 심장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겨울철에 실외운동을 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요 장기인 심장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서 위험해질 수 있다.

평소 아침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가급적 겨울에 아침 운동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해왔더라도 추운 날에는 옷을 충분히 껴입고 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피로회복을 위해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는데도 여러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혈관이 확장돼 표피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심장과 뇌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함에 따라, 일어서거나 자세를 바꿀 때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온탕에서 냉탕으로 갑자기 옮기는 것도 삼가야 한다.

식사는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며 급하게 먹지 않는다. 또한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의 섭취를 피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시켜 비만 및 고혈압 예방과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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