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시내에 다니다 보면 차량 뒷면 유리창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on board’ ‘Baby in car’ 등의 글귀가 부착돼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주변 차량에 자기 차에 아이가 타고 있음을 알려 더욱 운전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는 고지문인 셈이다. 아이가 소중한 존재이면서, 또 다치기 쉬운 여린 대상이기에 주변 차량에 일종의 경고 신호를 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은 성인보다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어른보다는 다칠 확률이 높고 또한 부상 정도도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아이가 타는 차량에 사고 시에 아이를 보호해 줄, 아이를 위한 안전장치, 즉 카시트가 장착돼 있느냐 여부이다.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온 영·유아(6세 미만) 환자 10명 중 7명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시트 없이 차에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영·유아는 ‘중상을 당할 확률’이 카시트에 앉은 영·유아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응급실 손상 환자 심층 조사’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교통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6세 미만의 환자 3240명 가운데 카시트를 착용한 경우는 1003명(31%)에 불과했다. 카시트 착용 여부는 교통사고 발생 시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 되기도 했는데, 질본 발표 자료에 따르면 카시트를 착용한 영·유아 가운데 사망환자나 응급수술·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1%에 불과했으나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은 영·유아는 중상 비율이 2.1%로 2배 이상 많았다.

또 카시트 착용 영·유아 가운데 외상성 머리 손상 환자가 발생한 비율은 18.6%였으나 미착용 영·유아 중에서는 31.7%가 외상성 머리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성 머리 손상은 외부 충격으로 뇌에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그런데 영유아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머리(60.6%)였다. 이어 목(10.7%) 등의 순이었다. 이번 질본의 조사 대상 영·유아의 카시트 착용률은 연령별로 12개월 이하가 36.5%였고 1세는 41.1%로 가장 높았다. 5세의 착용률은 17.3%로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차량에 동승한 13세 미만 어린이가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6세 미만 영·유아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을 때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지난달 30일부터 기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올렸다. 경찰은 내년 2월 말까지 단속을 유예하는 대신 홍보와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질본의 발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영유아의 카시트 착용은 차량사고 시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 주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아이를 가진 운전자들은 카시트를 당장이라도 장만하여 차에 장착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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