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병든 몸이 되면 집안에 큰 짐이 된다. 혹 치매라도 걸리게 되면 온 가족에게 더할 수 없는 무거운 멍에를 씌우게 한다. 그래서 이젠 늙고 병들게 되면 정들었던 가정을 떠나 요양기관으로 터전을 옮긴다. 가족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불구덩이 연옥 가는 길 같지만 속수무책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식들을 위해 무슨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집 떠난 이들이 거처하게 되는 요양기관은 안전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 줘야 한다.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의 험한 세월을 보낸 어르신들이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효도만큼은 아닐지언정 거기에 최대한 근접하는 노후생활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영 아닌 것 같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종합점검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우선 장기요양시설 내 학대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장기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행위는 연간 270건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대 유형은 방임 34.6%, 정서적 학대 25.3%, 신체적 학대 24.6%, 성적 학대 12.1%, 경제적 학대 3.5% 등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부패척결추진단은 부당청구 의심 장기요양기관 681개를 선정·점검한 결과, 523개 시설에서 총 1039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세부적으로는 부당청구 941건, 본인부담금 불법 감면 85건, 식품위생 불량 13건 등이다.

이에 397개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126개 시설에 대해 수사의뢰 등 처분을 진행 중이라고 추진단은 밝혔다.

이처럼 요양기관을 둘러싼 비리행위가 무더기로 노출되자 추진단은 어르신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노인 장기요양기관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양기관에 어버이를 맡긴 자식들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못하는 것 같아 늘 가슴에 깊은 대못을 박고 산다. 요양기관의 비리행위를 접하게 되면 그 대못은 더욱 폐부 깊은 곳을 찌르게 된다.

따라서 요양기관이 노인들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터가 된다면 어버이들의 복락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입장에서도 무거운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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