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인 지난 9월 30일 오후 5시 5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삼거리에서 한 레커 차량이 후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모 할머니와 김씨의 외손자 김모(2)군을 치었다. 함께 있던 김군의 누나(4)는 넘어지면서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고 당시 이들 남매는 어린이집을 마치고 외할머니와 함께 귀가 중이었다.

사고를 당한 남매는 바로 인근 전북대병원 응급센터로 후송됐지만, 병원 측은 이미 다른 수술이 진행 중이라며 치료에 난색을 표했다. 병원 측은 전남대병원과 충남대, 충북대,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13개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어린이 중증외상 환자인 김군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다. 결국 국립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도움으로 아주대병원에서 김군을 치료해주기로 해 헬기로 이송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김군은 수술 중 세 차례 심정지를 겪으며 다음날 오전 4시 43분께 숨을 거뒀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키로 하고 응급의료제도 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개선방안이 이번에 발표됐다. 복지부는 지난 27일 제4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어 ‘응급의료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은 책임지고 병원으로 온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병원을 옮기는 전원은 해당 외상을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등 ‘결정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재난 상황으로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 환자 및 보호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을 막는 것이다. 김군의 비극을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전원이 가능한 경우라도 ‘적정한 응급처치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안정화되고, 전원에 따른 이익이 손해 가능성보다 크다고 의사가 인정’해야 전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원칙적으로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지고 수행하라는 정책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김군 사태는 재발돼선 안 된다. 이리저리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중증외상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불상사가 발생해선 안 된다. 병원의 편의대로 중증환자가 이곳저곳 이송되는 부적절한 전원으로 인해 한 명의 환자라도 아까운 생명의 끈을 놓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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