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없는 우리 식탁은 상상하기 힘들다. 반찬이 없을 때는 가는 소금을 조금 많이 쳐서 계란 후라이 두 개만 부쳐 놓아도 밥 한 공기 비우기는 뚝딱이다. 학창 시절에는 도시락 위에 얹혀놓은 계란 후라이만 보면 뭔가 모르게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부할 힘이 났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여파로 30개 들이 달걀 한 판 가격이 지난달 말께 만원을 넘어서더니 새해 들자마자 어떤 동네 마트에선 1만2천 원 선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런 달걀 부족 현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정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정유년 새해 설 명절을 비롯해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물건이 없기 때문에 설 대목을 앞 둔데다 소비자들이 계속 찾게 되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리상 계속 오를 것이다. 이처럼 달걀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설 차례상 차리기가 큰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계란 값이 치솟으면서 커피·제빵 등 달걀을 원•부재료로 많이 쓰는 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인상은 물론 일부 제품 판매 중단까지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달걀 대란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계란을 많이 사용한 제품이 많은 업체는 가격인상까지 고려하고 검토 중이다. 순두부 백반을 시키면 순두부 뚝배기에 계란이 안 들어갈 수도 있겠다.

정부는 ‘달걀 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갈수록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과 계란 수입을 위한 실무 협의에 돌입했다고 한다. 워낙 다급하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계란을 들여오기 위한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 5개국은 우리나라와 이미 수입위생조건이 체결돼 있어 별도 합의 없이 곧바로 수입이 가능하다고 하니 수입 계란이 들어오면 수급 상황이 호전되면서 달걀 파동이 다소 수그러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