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을 타면 무료로 전철역 앞에서 나눠주는 무가지를 보곤 했다. 좌석에 앉은 사람, 서있는 사람 할 것 없이 승객 대부분은 타블로이드판 무가지 속에 고개를 파묻고 탐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풍경이 불과 6,7년 전 출퇴근 직장인들의 일상이었다. 이젠 아스라한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버린 옛 사진처럼 빛이 바래 있다.

이젠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니 이들을 일러 ‘수그리족’이라고 한다. 모두들 ‘수그리족’이 되어 버렸다.

눈이 뻑뻑하고, 고개가 뻐근해도 도대체 스마트폰 화면에서 고개를 뗄 수가 없다. 게임하랴, 뉴스 검색하랴, 카톡 날리랴, 어제 찍은 셀카 사진 감상하랴 정신이 없다. 모두들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아예 스마트폰이 자신의 일부가 돼 버렸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2만4386명(1만 가구)을 대상으로 '2016년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2.5%는 고위험군, 15.3%는 잠재적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금단·내성·일상생활 장애 등 세 가지 증상을 모두 보이는 경우에 해당하며, 잠재적위험군은 이 중 1∼2가지 증상을 보이는 경우다. 이를 놓고 보면 스마트폰 사용자 6명 가운데 1명꼴로 잠재적 위험군에 속한다는 얘기다.

청소년(만10∼19세)으로 국한해 보면 고위험군은 3.5%, 잠재적위험군은 27.1%였다.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스마트폰에 대해 금단현상, 또는 이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를 겪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만3∼9세 유·아동의 경우 고위험군은 1.2%, 잠재적 위험군은 지난해보다 6%포인트 증가한 16.7%였다. 아동들의 경우 갈수록 스마트폰 중독이 심해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아울러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인 경우 유·아동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23.5%, 청소년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36%였다.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마치 신체의 일부가 된 셈이다. 그러나 과의존하게 되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안구건조증, ‘일자목’ 증후군, 만성적 심신피로감, 특히 과도한 금단현상으로 인한 정서불안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이 ‘문명의 이기(利器)’이니 만큼 이롭게 쓰는 수준에서 멈추는 지혜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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