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이는 불교 화엄경의 중심 사상으로 일체의 현상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고, 존재의 본체는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곧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일컫는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뒤가 급해서 갔다 왔는데 직장동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갑자기 멈추면 ‘나에 대한 안 좋은 뒷담화 하는 것 아냐’라고 평소에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자신의 정신건강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인 ‘인지적 오류(cognitive fallacy’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9명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이런‘인지적 오류’ 습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내놓은 ‘한국 국민의 건강 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인지적 오류’ 영역에 해당하는 5개 항목 중 1개 이상에 대해 ‘그런 습관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무려 90.9%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지난해 9월 12세 이상 한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항목에서‘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선택적 추상화)’, ‘세상 모든 일은 옳고 그름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것(이분법적 사고)’,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것(파국화)’도 인지적 오류의 사례로 제시됐다.

과거의 잘못과 실수, 실패를 되새기는 ‘반추(rumination)’(3개 항목)나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간이 부족하거나 잘못되지 않을까부터 생각하는 ‘예기적 걱정(anticipated anxiety)’(3개 항목)에서 1개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각각 82.4%, 70.8%였다.

아울러 자신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4개 항목)는 60.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망(hopelessness)’(4개 항목)은 47.6%,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자기 도피’(4개 항목)는 48.2%로 각각 나타났다.

이처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자기강화(self-reinforcement)를 통해 습관화하면 아무래도 정신건강에 안 좋을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일체유심조’의 석가 말씀을 좇아 보다 긍정적인 방향에서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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