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서울대병원, 눈에 직접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

▲ 노인성 황반변성의 원인과 증상
전체 실명의 5%를 차지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시력상실을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질병이다. 눈의 맨 뒤편에 있는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면서 시력이 상실된다. 혈관이 없어야 하는 황반 부분에 신생혈관이 생성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시력이 손상되는데, 비정상적인 신생혈관들이 터지면서 혈액이 황반으로 유입된다. 망막이 붓고 신생혈관이 흉터 조직으로 변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노인성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시야는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일그러져 보이며 동시에 까만 점이 점차 커지면서 시력이 손상된다.
▲ 연구진이 개발한 CjCas9와 AAV(Nature Communications)
캄필로박터 제주니 균에서 유래한 CjCas9은 현재 존재하는 절단 효소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잘 알려진 SpCas9과 SaCas9에 비해 길이가 짧다(왼쪽). 연구진은 임상실험에 용이한 단일가닥 DNA인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에 CjCas9을 삽입하는 데 성공(오른쪽)했으며 이 방식으로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동물 모델의 신생혈관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 연구진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치료(Nature Communications)
연구진은 생쥐의 유리체강 내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이용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치료제를 주사하고, 6주 뒤 레이저로 맥락막 신생혈관을 유발했다. 1주일 뒤 맥락막 신생혈관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치료군의 맥락막 신생혈관(오른쪽 2개)의 크기가 대조군(왼쪽 2개)에 비해 크기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 유전자가위의 혈관내피성장인자 억제 효과 및 치료(Genome Research)
연구진은 생쥐의 안구에 레이저 유발 맥락막 신생혈관을 만든 후 리보뉴클레오단백질 형태의 유전자가위를 망막 아래에 주사했다. 1주일 뒤 맥락막 신생혈관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유전자가위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유전자가위는 망막색소상피세포 내 효과적으로 전달됐으며, 72시간이 지나자 눈 속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유전자가위는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VEGFA) 외 다른 유전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를 20% 이상 교정했다. 연구진은 맥락막 신생혈관의 크기가 감소함을 관찰해(아래줄 왼쪽 : 대조군, 오른쪽 : 치료군) 유전자가위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가위를 눈에 주입해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고 실명을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가 암이나 유전성 희귀질환에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적임을 증명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눈에 직접 주입해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수술에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하는 도구로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특정 인자를 정확하게 교정해 병변을 제거하는 ‘유전자 수술’개념을 제시했다.

유전자가위를 생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2가지다. 생체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다시 몸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과 살아 있는 생체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전달해 몸 안에서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 체내 유전자 교정의 경우,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퇴행성 실명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실험동물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치료효과를 증명하고 그 결과를 최근 2개 저널에 소개했다. 유전자가위를 단백질과 핵산 복합체 형태로 망막 아래 주사하는 방법을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보고했으며, 크기가 아주 작은 절단효소를 개발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었다.

전체 실명의 5%를 차지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발생한다. 혈관이 없어야 할 황반에서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실명을 초래한다. 기존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법은 눈 안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중화시키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안구 내 주사를 주입해도 약효가 짧아 반복적인 투약이 불가피해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수술법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자체를 제거해 눈 전체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양을 반영구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유전자수술에 쓰인 2가지 방법 중 첫 번째는 유전자가위를 복합체 형태로 도입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RNA와 이를 절단하는 효소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에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든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망막에 주입했다. 그 결과,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의 과발현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모델에서 유전자 수술로 맥락막 내 신생혈관의 크기가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특히, 이 유전자가위는 망막 아래 주입되고 3일 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사라지며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살아 있는 세포에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한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를 발현하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DNA로 임상사용이 안전해 활용성이 크다. 하지만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 쓰는 절단효소 Cas9은 크기가 커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내 삽입이 불가능했다. ㈜툴젠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lyobacter jejuni) 균에서 유래 절단효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CjCas9는 현재 보고된 절단효소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연구진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신생혈관 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유리체강 내 치료제를 주입한 뒤,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들었다. 이 유전자가위는 혈관내피성장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조절이 불가능했던 저산소유도인자-1a의 유전자도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저산소유도인자-1a는 병변이 진행될 때, 혈관내피성장인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박성욱 전문의는 “체외 교정에서 사용하던 유전자가위를 눈에 시도해 치료효과를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간이나 근육 등 다양한 장기에서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전신 질환으로 확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은 “이번 연구는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서 병적으로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를 택해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정훈 교수는 “현재 질환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했고, 향후 전(前)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신약시판 허가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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