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을 할 때 종종 잇몸에서 피가 났던 정모(40)씨는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한 탓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평상시 치아에 특별힌 통증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음식을 섭취하는 중에 피가 날 뿐만 아니라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잇몸이 붓고 시리기 시작했다. 통증은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심해졌으며 음식을 먹는 것도 불편해져 치과에 내원했다. 정씨는 치주질환이 이미 꽤 진행됐으며 더 늦었다면 치아를 발치하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경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의 도움말로 치주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치주질환 초기엔 특별한 증상‧통증 없어, 1년에 1회 이상 스케일링으로 관리해야
치주질환은 치아에 치태와 치석이 제거되지 못해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잇몸과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고 통증이 생기고, 치조골이 낮아지기 때문에 치아가 흔들리고 결국엔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 40대 이후에서는 80~90% 정도에서 치주질환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대부분은 내 잇몸이 세균에 감염된 상태로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어 ‘침묵의 병’이라 불린다.

치주질환은 치태(플라그)에서 시작된다. 치태는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얇은 막의 형태로 치아와 잇몸 경계부에 주로 붙어 있다. 이 치태를 제때 잘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며 잇몸에만 국한돼 있는 염증을 치은염이라고 하는데, 칫솔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증상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치아 표면에 생긴 치태가 제때에 제거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를 치석이라고 하며, 치석은 칫솔질로는 제거할 수 없고 치석제거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 치석은 스케일링을 못하고 방치하게 되면 치아 뿌리를 타고 내려가 치아 주변의 뼈를 녹이는 치주염으로 진행된다.

치주염의 경우에는 잇몸치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잇몸치료는 치과 국소마취하에 특수하게 제작된 기구로 치아의 뿌리표면 깊숙이 6차례 정도 진행한다. 또한 치열이 고르지 못할 경우, 입안의 보철물이 잘 맞지 않는 경우, 구호흡, 나이가 들면서 침의 양이 줄어드는 것도 치주질환을 생기게 할 수 있고, 술, 담배를 많이 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도 입 안과 몸의 면역력을 약하게 해 치주질환의 원인이 된다.

치주질환은 전신에 광범위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충치와 달리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나 통증이 없다. 따라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치주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를 제대로 닦지 않는 것’이므로, 하루 몇 번의 칫솔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아뿐 아니라 잇몸에 붙은 치태를 제거하는 칫솔질을 습관화해야 한다.

치아 사이에 껴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일단 치석이 생기면 칫솔질만으로는 제거가 어려우므로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생활화하고 1년에 1회 이상은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잇몸은 우리가 치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치아가 상하거나 충치가 생기면 치아만 치료하면 되지만 치주질환이 발병됐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기게 되면 잇몸뿐 아니라 잇몸 뼈가 녹아 치아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잇몸과 치아 건강을 모두 잃게 될 수가 있다.

이경은 교수는 “잇몸뼈가 손실되면 원래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해져 향후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할 상황이 와도 시술이 불가능하거나 뼈 이식 후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며 “치주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소홀해지면 언제든지 재발하기 쉬우므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간격으로 지속적인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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