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를 둔 가족들은 모두가 환자에 얽매이게 된다. 때론 가족 구성원이 생업을 포기해야 되고, 간병에 드는 비용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급기야 한 가정이 ‘메디컬 푸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십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만성질환자를 오랜 기간 간병하다 보면 설사 부모라 한들 곱게 보일 리 없을 것이라는 게 인지상정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간병 살인’이란 새로운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랜 간병에 결국 환자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모는 것을 말한다. 환자와 함께 동반하여 삶을 마감하는 부부도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치매 등 만성질환 환자를 노인요양시설 등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시설에 수용된 환자의 인권이 문제가 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고 있다. 인권위는 만성 질환 노인들이 요양병원이나 요양기관 등 한 장소에 장기간 보호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관련 서비스 제공기관을 상시 관리해야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치매노인의 학대나 ‘간병살인’등 사례 발생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 치매노인 인권보호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치매노인 수는 2015년 기준 64만8000명이며, 10년쯤 뒤인 오는 2024년에는 100만 명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매노인의 실종, 학대나 방임, ‘간병살인’ 등은 지속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실종 치매노인의 단기간 일시보호 방안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최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실종 치매노인 단기간 일시보호 제도 개선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신체억제대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치매환자에 대한 사례관리의 확대 △치매환자 보호자의 치매관리사업 심의과정에 대한 참여 보장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치매 예방 등 치매상담센터 활성화 방안 마련과 함께 △치매환자 사례관리 확대 실시 △치매상담센터 인력기준 준수 △경찰서·노인복지관 등 유관 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 확보 등을 권고했다.

이러한 인권위의 치매 환자 인권보호를 위한 권고 사항이 복지부와 지자체 등에 온전하게 전달되고, 인지되어 치매 환자 자신의 인권 보장과 함께 환자 가족들이 치매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한편 으로는 안심하고 노인요양시설 등에 환자를 맡길 수 있는 터전이 조성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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