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10일 탄핵 인용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정미 헌재소장권한대행은 결정문에서 파면 사유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발표했다. 소수의견 없이 이 판단에 재판관 8명 모두가 동의했다.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의 상쟁 속에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심하게 요동쳤지만 탄핵 승복이라는 기치 아래 갈등 치유와 함께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정농단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에서 ‘의료농단’ 역시 하나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보건의료계에 알게 모르게 누적되어온 적폐들이 하나둘씩 의혹의 꼬리표를 달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 의료단체들은 탄핵 결정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원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의료민영화를 추진해 왔으며,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공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임기 내내 건강보험 흑자를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지도 않았고, 메르스 대응 역시 사상 최악의 무방비 무대책으로 수많은 사망자를 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의료단체는 박근혜 정권이 청와대 비선의료진과 연루된 병원에 각종 특혜를 받게 하고, 보건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보건의료계 적폐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앞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종 의료농단 연루자들, 불법시술과 로비에 앞장선 의료게이트 세력들을 아직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선에서 탄생할 제19대 대통령이 보건의료제약분야에서 수행해야할 정책은 이 같은 보건의료 적폐 청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선 보건행정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질 개선이 제1의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제약분야의 규제완화는 지속돼야 한다.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전 정권처럼 구두선(口頭禪)으로만 외치지 말고 실질적인 규제혁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무원들 스스로가 직무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는 규제조항을 두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자동폐기토록 해야 한다.

더욱 쉽게 말해서 규제는 100가지로 정해 놓고 일 년에 20가지만 관리감독에 나선다면 나머지 80가지는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이를 점진적으로 폐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규제철폐를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야간 연장근무를 줄여야 한다. 괜히 쓸데없는 레드테이프(red tape)만 양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반드시 필요한 규제에만 공무원이 업무역량을 집중시키고 신경을 쓰는 근무풍토를 조성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다음 정권에서는 공무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6시 퇴근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또 하나 새 정권에서 보건당국, 특히 일선 보건의료제약 관련 행정부처들은 업계의 지원을 적극 진행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일선부서들이 ‘완장’을 차고 업계에 군림하는 ‘갑’의 자세를 버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복(公僕)의 입장에서 안내자,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일선부서는 업계의 충직한 컨설팅 제공자로서 업계에 대한 지원과 조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약 허가를 위해 사업자가 신청을 내면 공무원이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구태적인 자세를 버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관련 업무를 챙겨서 안내를 해주는 적극적인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견해다.

제약업계를 보면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으로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을 베끼는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블록버스터 약물을 복제해 판매하는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약사들은 신약 도전이 실패 확률은 높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대형 선도기업들을 제외하고 상당수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꺼려 왔다. 그러나 신약개발 없이는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신규 파이프라인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제약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구 정권에서는 혁신 신약의 시장 진입을 빠르게 하기 위한 지원조치 하나로 임상3상 후 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2상만으로도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입안했으나 현실에서는 실제 성공사례들이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19대 대통령 휘하의 새로운 정권에서는 이런 정부 지원조치들이 기업들이 실제로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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