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후 대세 상승국면을 유지해 오던 제약산업이 지난해 하반기를 변곡점으로 하락국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 수출 관련 차질과 이로부터 파생된 부당 주식거래 의혹 등이 겹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대부분의 상장제약사들은 주총을 마쳤다. 경영성적표가 주총을 통해 공개됐다. 발표된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바이오•제약사들의 매출은 비교적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매출에 비해 상승폭이 부진했다. 순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외형은 다소 선방했지만 내실 면에서 부실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에 걸쳐서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던 제약산업이 성장 잠재력이 고갈되면서 추가 성장 동력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약산업의 수출이 늘었지만 수출 의약품의 면면을 보면 신약이 아닌 제네릭(복제약)이 대부분이다. 제약사들의 독자 기술 확보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신약개발 첫 단추인 원료의약품 자급률도 2013년 이후 매년 하락세다. 신약개발은 지난 1993년 SK케미칼이 첫 국산신약 허가를 받은 이후 2015년까지 총 26개 의약품이 승인 받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 생산실적을 기록한 품목은 카나브정(보령제약), 제미글로정(LG화학), 자이데나정(동아에스티) 등 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어렵사리 개발된 신약 역시 미국, 일본 등 다국적 제약사뿐만 아니라 최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들어온 중국, 인도 기업과 경쟁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이리저리 밀린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탁월한 신약 개발 없이 카피약 혹은 외국산 브랜드 의약품을 들여와 판매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면 장기성장 잠재력을 키울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전문인력 양성 등에 국내 제약계가 분발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빠른 의사결정’으로 바뀌면서, 임상시험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완화 등의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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