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나눠 준 40년 봉사인생

‘개성공단에 예쁜 빵집 운영했으면...’
 
 
“문용자 전 강남구의사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건립되는 'Red Cross Sunny Korea 병원' 준공식 참석차 6일 출국했다.
문 전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병원 운영을 맡을 김석찬 원장에게 수술 내시경과 EKG, X-Ray 등 1억원 상당의 의료장비를 기증하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펼친 후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지성웰빙의원 문용자 원장이 해외 무료진료를 위해 31일 출국했다. 문 박사는 라오스 북부 우돔싸이에 있는 원주민들을 상대로 진료봉사를 하기 위해 정형외과 김민수 선생 및 소망교회 해외선교부 단원들과 함께 떠났다. 문 원장은 이 지역에 무료진료를 지난 2004년부터 이어 왔다.”

전문지에 비친 지성웰빙의원 문용자 원장의 모습이다. 때문에 그런 그가 그린닥터스 서울지부의 공동대표가 됐다는 소식은 전혀 놀랄 일이 못된다. 그린닥터스 이전부터 그는 베트남 라오스 러시아 파키스탄 등지를 돌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현지 환자들을 어루만졌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개성병원 방문이 그로선 세 번째 방북이 된다. 한번은 한민족대표로 평양을 다녀왔고, 그린닥터스 실크로드 대장정의 출발점도 개성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성 방문은 문 원장으로서도 상당히 의미롭다. 서을지회의 설립과 더불어 북쪽에서 진행해야 할 더 많은 일과 과제들이 문원장 앞으로 떨어진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는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과 함께 개성병원에 통증치료기 카복시레이저테라피 1대를 전달하고 돌아왔다.

“개성협력병원은 남북 의사들이 같은 병원에서 함께 진료하는 유일한 병원이에요. 120평 규모인데 남쪽이 40평을, 북쪽이 40평을 나눠 쓰고 나머지 40평은 공동공간으로 활용하죠. 각종 검사시설과 수술실을 여기에 두었는데, 북한의사들이 남한 의사들에게 진료 상담도 하고, 어려운 케이스는 의뢰도 하고 그래요. 생각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입니까?”
 
◆ 남북 의료진이 함께 근무하는 병원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용천폭파 사고 때만 해도 의료단체들이 봉사를 제의했지만 북측은 의약품만 수령했을 뿐 환자들은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것이 공단 내 한국 근로자 진료를 명목으로 이쪽에서 병원을 세웠더니 북쪽도 마주보는 위치에 진료소를 세웠고, 결국 작년 12월부터 협력병원을 성사시켰다. 이제는 남측 공간에 북측 간호사가 근무하는 수준까지 서로의 이해가 넓어졌다.

그린닥터스는 병원을 합칠 때도 2가지 조건을 달았었다. 하나는 병원 운영을 전적으로 남측에 맡길 것. 또 하나는 당이 관여하지 말 것.

그린닥터스는 이곳에 대지 3000평을 확보해 300베드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부지만 매입하면 건축비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인데, 그 일을 구체화 하는 작업은 결국 문 원장의 서울지부가 맡을 수밖에 없을 듯 보인다.

“개성병원엔 4명의 우리 의료진이 상근하고 있어요. 비상근 의사 5명이 순번에 따라 개성을 다녀오곤 하는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같은 대형병원의 진료과장님들이 많이 다녀오세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자 선생님들의 참여가 그동안 좀 저조했다는 점이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여의사들도 이제는 나 이외의 범주로 조금씩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린닥터스의 이런 활동들이 장래 남북관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하시는지요.”

“77년경인가 서베를린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통일을 위한 노력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우리는 반공이 전부였는데, 그 사람들은 서독을 합법적으로 방문하는 동독 노인들에게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하더군요. 이 사람이 회유와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서독을 선택하게 만드는 거죠. 결국 장벽이 무너지고 말았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정부가 나서서 주는 건 그 이튿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납니다. 그 쪽 자존심을 꺾는 거지요. 민간 교류가 그래서 필요한 거예요. 자존심을 다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병원 이외 그 쪽에서 진행하고 싶은 다른 계획은 없나요?”

“병원을 운영하게 됐으니 이젠 먹는 걸 한번 해봤으면 해요. 맛있는 빵을 먹을 때마다 그 쪽 사람들이 생각나거든요. 개성에 아담하게 베이커리를 하나 운영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죠? 아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나눠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 민간교류가 결국 이해의 폭 넓혀
 
“서울시 의원은 어떻게 하시게 됐나요? 당시 의정활동을 회고해주시죠.”

“서울시의사회 정보센터소장을 맡고 있을 땐데 민정당 강남갑 지구당 지방선거 후보자 심사위원으로 선정이 됐어요. 그런데 공천된 사람이 중도에 출마를 포기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타로 나서게 된거죠 뭐. 그래도 지역에서 활동한 토대가 있어서 전국 38명의 여성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이 됐어요. 응급의학과가 그 때 내 작품이에요. 서울시 의회를 설득하고 당시 서상목 보건복지부 장관을 설득해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켰는데, 덕분에 치료비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쫓겨 다니다 길에서 사망하고 마는 행려병자들의 딱한 사연이 더 이상 없어지게 됐잖아요.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치료비를 지불하도록 했으니까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이라면 어떤 말씀을 들려줄 수 있으신가요?”

“세 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lobalization,  Cosmopolitan, 그리고 Dream it, Do it입니다. 이제는 세계를 보아야 합니다. 코네티컷에 간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선 의원들도 뉴욕까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더군요. 50여분 걸리는 동안 전철에서 신문도 보고 시민들의 얘기도 듣는다대요. 그들이 항상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See Something Say Something 이죠.”

문용자 원장은 지성웰빙의원에서 숙식을 한다. 봉사에 모든 걸 바쳤기 때문이란다. 지성병원을 운영하는 부군도 마찬가지이다. ‘자식들이 모두 잘 자라 주었는데, 나이 들어 좋은 집이 무에 필요하냐’며 그걸 처분해 여기 저기 필요한 곳에 모두 나누어주어 버렸다.

문 원장은 독자들에게도 일과 가정을 함께 가꿀 수 있는 적극적인 여자의사들이 되어주기를 당부했다. 힐러리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이 아이를 안고 정치토론에 참여하고, 밥할 시간이라고 토론 중에 자리를 뜨는 그네들의 당당함이었단다. 문원장은 후배인 독자들에게도 그런 당당함을 주문하고 있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