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어느 날, 수혈이 긴급하게 필요한 응급 수술환자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한 신부님의 모습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힘을 보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그는 28년간 300번이나 헌혈에 동참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서 골절환자에 깁스를 해주는 석고기사로 근무하는 이원석(58)씨 이야기다. 이씨는 28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서 진행된 ‘2017 교직원 사랑의 헌혈 캠페인’에서 300번째 헌혈을 마치고, 대전적십자사로부터 최고 명예대장을 수상했다.

이씨는 평소 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현혈’을 두 달에 한번, 혈장과 혈소판 등 특정 성분만을 채혈하는 ‘성분 헌혈’은 2주에 한번씩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2000년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으로 어린이소아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이처럼 ‘생명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그는 평소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등산과 마라톤을 즐기고 평일에는 자택이 있는 만년동에서 병원까지 9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헌혈 또한 건강관리법 중 하나다.

그는 “헌혈 전 검사로 간기능 검사, 헤모글로빈 수치, B형간염 항원, C형간염 항원, C형간염 항체 등 개인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며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내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거기에 더해지는 뿌듯함과 보람은 선물”이라고 헌혈의 장점을 전했다.

그동안 헌혈 후 받은 헌혈증서는 모두 기부했다. 길을 걷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모금함’이 보이면 몇 장씩 넣기도 하고, 수술실에서 수혈하는 환자, 주변에서 형편이 어려운 환우 소식이 들리면 주저 없이 전달했다. 이런 활동으로 이씨는 헌혈유공자 은장, 금장, 명예장, 명예대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국무총리상, 보건복지부장관상 등을 받았다.

이씨는 “처음에는 헌혈을 너무 자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던 아내와 두 아들도 이제 헌혈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동참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헌혈을 하면서 헌혈의 중요성을 주변에 알리고 헌혈 인구 증가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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