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MRI 조영제의 부작용 없고 뇌 혈관 및 뇌 관류 조영효과 뛰어나

▲ 산화철 나노입자 조영제를 이용한 개(beagle dog)와 원숭이(macaque monkey) 혈관 조영
개의 전신(a,b), 개의 상반신(c), 원숭이 상반신(d)
▲ 좌뇌에 빈혈을 일으킨 원숭이에서 산화철 나노입자 조영제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MRI 영상 조영효과 관찰
자기공명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 이하 MRI)은 자석으로 구성된 장치에서 인체에 고주파를 쏘아 인체에서 신호가 발산되면 이를 되받아서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영상화하는 장치이다. 방사선을 사용하는 다른 영상 진단 장비에 비해 인체에 해가 없으면서 선명한 체내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영상 진단 장비 중 하나이다.

각 조직 및 혈관을 더욱 명확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조영제가 필요한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MRI 조영제는 대부분 가돌리늄을 사용한다. 그러나 가돌리늄 조영제는 혈관 및 생체 내 체류시간이 짧아 장시간의 고해상도의 정확한 영상 촬영이 어렵다. 또한 신장기능이 약한 환자에 적용할 경우 전신성섬유증(Nephrogenic Systemic Fibrosis)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돌리늄의 뇌 내 침착이 알려지면서 신경계에 대한 잠재적 부작용도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산화철 나노입자 기반의 MRI 조영제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돌리늄 조영제는 MRI 영상에서 해당 부위가 밝아지는 효과가 있는 양성(T1) 조영제이다. 반면, 산화철 나노입자 조영제는 MRI 장비 내에서 자장교란을 통해 MRI 영상에서 해당 부위를 어둡게 만드는 음성(T2) 조영제이다.

음성 조영제는 특유의 암흑 신호(dark signal)가 공기, 출혈, 석회화, 금속 침착 및 혈전 등과의 혼동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 양성 조영제에 비해 실제 적용이 적다.

가돌리늄 조영제의 부작용이 없는 양성 조영제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엄격한 임상 요건을 충족하려면 조영제의 지속적인 대량 합성과 체내 독성 실험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쥐 실험만으로는 임상에 적합한 조영제를 찾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연구단장과 최승홍 연구위원 연구팀은 음성(T2) 조영제로 사용됐던 7nm 크기의 산화철 나노입자가 3nm 이하로 작아질 경우 자성(magnetic momentum)이 약해지면서 양성(T1) 조영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2011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켜 균일한 2나노미터(nm) 직경의 산화철 나노입자 기반의 양성 조영제를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고안했다. 제조과정에서 약제 부형제(pharmaceutical excipients)를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실제 원숭이, 개와 같은 대동물 실험을 통해 독성 및 조영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안후이성병원(Anhui Province Hospital)과 공동연구로 이루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현택환 연구단장은 “쥐 실험 위주였던 기존 산화철 나노입자 조영제 연구와 달리 국내 최초로 영장류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조영제로 원숭이, 개의 뇌 혈관을 조영해, 뇌졸중 등 뇌 질환을 가진 동물도 정확하게 진단했다. 조영효과 향상으로 특히 뇌 혈관 및 뇌 관류 영상 촬영 시 뇌 혈류를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향후 뇌졸중 진단과 치료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승홍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개발된 차세대 MRI 조영제는 앞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 다양한 질병의 보다 정확하고 빠른 진단에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7월 31일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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