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8월을 기준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질환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관절염은 건강한 노년의 삶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오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관절염은 노화에 따른 고질병으로 치부해 방치하기 쉽고 완치도 어려운 질환이다. 세계 관절염의 날은 관절염 치료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 관절염에 시달리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관절염 환자 중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인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관절염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세계 관절염의 날을 맞아 국내 관절염의 현 주소와 주의사항, 치료법 등을 알아보자.

■ 고령사회 속 관절염…남의 일 아니다
관절염은 국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이 앓는다는 국민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 진료인원은 2012년 327만7000여명에서 2016년 368만명으로 5년만에 12.3%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60대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으며, 50대와 70대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 여성이 남성의 두 배에 이르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기준 여성 환자는 251만9727명, 남성은 116만173명을 기록했다. 여성 환자가 많은 이유는 남성에 비해 무릎을 지지하는 하체 근력이 약하고, 관절에 부담을 주는 가사노동을 오랜 기간 해오기 때문이다. 또 여성은 50대 무렵 폐경이 오는데, 이 때 뼈와 연골이 약해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행 속도도 매우 빠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에 넘어가는데 17년이 걸렸다. 대표적인 노인 국가 일본조차도 24년이 걸렸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관절염 환자도 빠르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관절염 환자들은 관절에 불편함이 생겨도 곧 나을 것이란 생각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노인들은 관절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관절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염은 류마티스 관절염, 외상 후 관절염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뼈와 근육, 인대가 퇴행화되어 기능이 손상되고 염증이 일어나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는 무릎에 주로 발생하며 노화로 인한 관절의 퇴행성 변화, 지나친 운동이나 외부적 충격으로 연골이 손상되는 경우, 비만으로 인한 관절과 연골 압박 등이 원인이다.

■ 관절염 환자에게 더욱 가혹한 가을
관절염 환자에게 가을은 가혹한 계절이다. 관절은 외부 환경과 기온에 민감하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이나 혈관이 수축하면서 경직되기 때문에 작은 충격으로도 염증이나 통증이 생기고, 원래 있던 통증도 더 악화하기 쉽다. 이 때문에 요즘처럼 낮과 밤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관절염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철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수건을 물에 적셔 전자레인지에 2~3분 정도 따뜻하게 데운 뒤 10분에서 15분 정도 찜질을 실시하면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반신욕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관절염이 있다면 무리한 외부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계단이 많거나 가파른 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경사면을 오를 때 압력이나 하중이 그대로 무릎에 전달되면서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수는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봄철과 가을철에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5월 퇴행성 관절염 환자 수는 88만63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가을철인 10월에도 84만3157명으로 전월대비 3만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절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며 “관절염 환자가 가을에 외부 활동을 하게 된다면 평지를 1시간 내외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한방치료∙식이요법으로 치료 효과 배가
일반적으로 한방에서는 관절염 치료에 한약과 봉약침치료, 한방물리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관절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위축되면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정제한 봉독을 사용한 봉약침 치료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한 뼈와 연골을 강화시키는 한약으로 뼈의 퇴행화를 방지하고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 준다.

한방치료와 함께 식생활에 작은 변화를 주면 치료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건조한 가을에는 몸의 수분이 부족하면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9~10월이 제철인 모과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마시면 관절염에 좋다. 예로부터 모과차는 관절통, 다리가 붓고 마비 증상이 오는 각기(脚氣), 다리에 힘이 없을 때 주로 쓰였다.

통증 때문에 활동이 부족해져 변비가 생기기 쉬우니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밥, 다시마, 김 등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되 정상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음식의 경우 체내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하고 칼슘을 배출시키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 환자들은 커피, 백설탕, 초콜릿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무릎 관절염 자가 진단법∙운동법
무릎 통증이 관절염인지는 병의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알 수 있지만 관절염 초기에는 가벼운 통증만 발생하는 만큼 자가진단을 통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무릎을 굽히기 힘들거나 ▲무릎이 자주 붓는 경우 ▲평상시 걷고 난 후 무릎 통증이 2~3일 이상 가는 경우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통증이 심한 경우 ▲일어서려고 하면 무릎이 아픈 경우 ▲좌우 무릎의 높이와 모양이 다른 경우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무릎관절염을 예방하는 간단한 운동법도 있다. 우선 의자에 앉아 허리를 등받이에 붙이고 편안하게 앉는다. 앉은 자세에서 아픈 무릎을 굽혔다 폈다를 좌우 번갈아 가며 15회씩 반복하면 된다. 이 운동법으로 간단하게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해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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