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생명의 극진한 존귀함을 표현할 때 ‘맹귀우목(盲龜遇木)’이란 우화를 가져온다. 맹귀우목은 불경 ‘아함경’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이는 부처님께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백년에 한번 바다 위로 머리를 내미는 눈먼 거북이 망망대해에서 마치 때맞춰 그곳을 지나는 구멍 뚫린 널빤지를 만나 그 구멍에 목이 끼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설파했다.

생명은 그처럼 희박한 확률로 태어나는 귀하고 귀한 것이란 의미며,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음을 가르치고 있다 하겠다.

그래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인간은 생명 붙잡기에 혼신해야 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이 지난 23일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가 처음 나왔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임종과정 중에 있는 암 환자 한 명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국가 연명의료관리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을 의미한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사실상 이 같은 연명을 위한 시술을 시행하지 않거나, 하고 있더라도 중단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임종과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된 환자를 의미한다. 무슨 질환을 앓고 있는지는 상관없고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의학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이 같은 임종과정에 있는 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맹귀우목의 교훈처럼 생명의 존귀함도 있지만 죽음에 있어 존엄할 권리도 인간에겐 있다.

생명의 존엄과 죽음의 존엄 사이에서 인간의지가 지배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 속에 시작된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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