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분자 결합 이용해 세포 자가포식 실시간 관찰 성공

▲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분자 결합을 이용한 세포 자가포식 관찰법
리소좀을 인지하는 형광 분자로 속이 빈 호박 모양의 쿠커비투릴을, 미토콘트리아를 인지하는 형광 분자로 아다만탄아민를 사용한 형광 바이오 이미징 기술의 모식도.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는 각각의 형광 분자들로 인해 서로 다른 형광을 띠게 된다. 리소좀은 불필요한 미토콘드리아를 분해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와 융합하는데, 이 때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에 붙어 있던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의 두 형광분자가 가까워지면서 에너지 전이(FRET)가 일어난다. 이러한 에너지 전이로 형광이 나타나는데, 이 형광을 통해 연구진은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의 융합과정 즉, 세포 자가 포식의 전 과정을 관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형광 분자 결합쌍 이용 원리
위의 그래프에서 검정색 선은 쿠커비투릴의 형광을 볼 수 있는 채널(Cy3)에서 쿠커비투릴을 관찰시, 빨간색 선은 아다만탄아민의 형광을 볼 수 있는 채널(Cy5)을 통해 아다만탄아민을 관찰 시, 파란색 선은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이 결합한 경우에 나타나는 형광을 볼 수 있는 채널에서 관찰시 볼 수 있는 형광의 파장에 따른 빛의 세기를 나타낸다. 쿠커비투릴은 500nm 중반대에서, 아다만탄아민은 약 660nm 정도의 파장에서 뚜렷이 감지될 만한 형광을 나타냄을 확인할 수 있다.
세포 자가포식이 일어남에 따라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융합하면 이 둘에 붙어 있던 두 형광분자가 가까워진다. 이 때 에너지 전이(FRET)가 일어나 아다만탄아민을 볼 수 있는 비슷한 파장의 영역에서 새로운 강도의 형광이 나타난다. 에너지 전이로 인한 새로운 형광 덕분에 미토콘드리아와 리소좀이 융합한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 POSTECH 화학과 교수)이 강력한 형광 분자 결합쌍을 이용, 세포 자가포식(Autophagy)에 관여하는 세포내 소기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는 영양이 부족해지면 분해효소를 지닌 세포 소기관이 불필요한 세포 소기관을 분해 및 재활용하는데, 이를 자가포식이라 한다. 자가포식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세포는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어 죽게 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두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을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자가포식 과정 중 분해 효소로 인해 형광 단백질이 함께 분해되는 탓에 자가포식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김기문 단장 ‧ 박경민 연구위원) 연구진은 강력한 형광 분자 결합쌍인 쿠커비투릴(Cucurbit[7]uril-Cyanine 3, CB[7]-Cy3) 분자와 아다만탄아민(Adamatylamine-Cyanine 5, AdA-Cy5) 분자의 특이적 결합 원리를 이용,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세포 소기관의 움직임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자가포식 과정에서 함께 사라지는 형광 단백질과 달리, 연구진이 개발한 형광 분자 결합쌍으로는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뿐 아니라 두 소기관의 융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세포 자가포식은 리소좀과 같이 분해 효소를 지닌 소기관과 분해될 다른 소기관이 만나 이루어진다. 연구진은 분해 대상인 여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주목했다. 미토콘드리아는 퇴행성 뇌질환과 연관이 깊은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고장난 채 적절하게 분해되지 않으면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세포 내에서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의 자가 포식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의 강력한 분자 결합을 이용했다. 먼저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각각에 형광 분자를 붙이고, 쿠커비투릴은 세포 내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가포식하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융합 시에도 형광이 나타나도록 고안했다. 두 소기관이 융합할 때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가 결합하는데, 이들에 붙은 두 형광 분자가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이로 인해 형광이 나타나는 원리다.

실험 결과,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형광 분자 수용액을 세포에 처리하면 쿠커비투릴은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해 서로 다른 색의 형광을 띠는 것으로 관찰됐다. 때문에 두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자가포식을 위해 융합하면 에너지 전이로 인한 형광으로 이들 두 소기관의 융합과정 또한 관찰할 수 있었다. 즉, 세포 자가포식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은 “형광 분자 결합쌍을 이용한 바이오 이미징 기술은 복잡한 세포 기작을 보다 세심히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이미징 기술을 신경세포에 적용한다면, 퇴행성 신경질환의 세포 자가포식 현상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향후 암, 감염병, 노화 등의 치료와 신약 개발 연구 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1.994) 온라인판에 지난 1월 25일(독일시간)에 논문명 ‘Autophagy Caught in the Act: a Supramolecular FRET Pair Based on an Ultrastable Synthetic Host-guest Complex Visualizes Autophagosome-lysosome Fusion’, Meng Li, Ara Lee, Kyung Lock Kim, James Murray, Annadka Shrinidhi, Gihyun Sung, Kyeng Min Park, Kimoon Kim 등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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