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승모판막 부전환자에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 성공, 구조적 심장질환에 대한 비수술적치료 가능성 확대

17년 전 심장수술을 받았던 82세 여성 A씨, 수술받았던 조직 승모판막의 기능이 세월이 지나 약화됐고 승모판막 역류증이 발생했지만 수술 위험도가 높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수술없이 승모판막 이식시술을 받고 10일 만에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승모판막역류증, 퇴행성질환의 일종
중년 이상 성인 20%가 갖고 있어

승모판막역류증은 심장 내부의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따라서 온몸에 제대로 혈액공급을 못하게 되고 폐혈관에 울혈이 진행되며 결국 폐부종으로 진행해 심한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된다.

주로 나이에 따른 퇴행성변화로 발생하며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심장에 잡음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년 이상의 성인에서는 약 20% 이상이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대부분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거나 경미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중증 승모판막역류증으로 인한 심부전은 약물로 치료가 어려우며 심장 기능이 감소한 경우 그리고 환자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심장 수술을 받게 된다. 판막 상태에 따라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을 하거나,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판막치환술을 통해 치료한다.

승모판막이식은 현재까지는 가슴을 여는 수술적 치료가 표준치료다. 그러나 고령자를 비롯한 고위험환자에서는 시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 위험도를 측정하는 STS 점수(수술 후 30일 내 사망가능성)이 8% 이상이면 고위험으로 분류해 수술의 위험성이 높다.

A씨의 경우 STS score가 13%로 수술 위험도가 극히 높고 고령 및 심한 노쇠 상태로 수술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타병원에서 고대 안암병원으로 시술이 의뢰돼 내원했다.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 TMVI 시행
수술없이 시술로 안전하게 치료

A씨가 받은 시술은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Transcatheter Mitral Valve-in Valve Implantation)이다. 가느다란 도관을 이용해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의 우심방으로 접근하고 나서 심방 중격 천공을 한 후 좌심방에 인공판막을 삽입시켜 최종적으로 역류하는 병이 든 기존 승모판막에 새 인공판막을 넣는 시술이다. 세계에서도 극히 드물고 국내에는 아직 도입단계인 최신치료법이다.

이미 경피적대동맥판막이식술(TAVI)을 비롯해 비수술적 판막 이식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팀은 A씨에게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술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의 주도하에 주형준 교수, 박희순 교수, 국형돈 교수 등 시술 파트와 초음파 파트의 박성미 교수를 비롯해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함께 진행했다.

시술팀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카테터)를 심장으로 접근시켰다. 심방벽에 작은 통로를 만들고 반대편에 있던 승모판에 접근했다. 승모판은 3차원적 구조이기 때문에 시술 중 파트 간 정확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초음파 파트에서 경식도초음파를 통해 정밀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했고 시술 파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승모판 안에 새로운 판막을 이식했으며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A씨의 경우처럼 기존에 이식받은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것을 'Valve in Valve'라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기존에 치료했던 판막의 수명이 다하거나 기능을 상실해 판막을 다시 이식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첫 판막이식 때보다 환자의 나이는 많아지고 그만큼 수술의 위험도는 크게 증가해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철웅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시대로의 돌입으로, 앞으로는 이미 치료한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Valve in Valve 시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시술성공에 대해 "다양한 구조적 심장질환에 비수술적 치료의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시술 앞두고 있어 국내 최다 기록 초읽기
다양한 적응증에 적용, 비수술적 치료 선도

유철웅 교수팀은 이번 TMVI 시술 이전에도 판막질환에 대한 시술에 독보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환자에게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실시해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카바(CAVA) 수술을 하고 나서도 판막 역류증이 진행해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으로 재수술이 불가능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TAVI 시술을 성공시켰다.

‘대동맥 판막’은 심장의 좌심실과 이곳에서 혈액이 온몸으로 펴져나가는 대동맥 사이에서 혈류의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판막에 장애가 생겨, 심장이 수축하며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뿜어져나간 혈액이 심장이 이완했을 때 다시 좌심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심장은 되돌아온 혈액만큼을 보충하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결국 심장기능을 상실해 심부전에 이르고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에 이른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수술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약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달리 치료법이 없다. 원래 TAVI는 대동맥판막역류증이 아닌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안된 치료법인데, 유철웅 교수팀은 환자가 카바수술을 받았을 때 삽입된 링을 지주로 삼아 인공판막장착에 성공해 환자의 건강을 되찾아주며 비수술적 판막이식 시술의 저변을 넓혔다.

유철웅 교수는 "가슴을 여는 외과적 수술의 위험부담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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