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높이’, ‘신발 밑창’, ‘멍울’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이맘때면 행복감 넘치는 표정으로 부모님 손을 잡고 야외로 나선 아이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 아이가 이대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모두 똑같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인 만큼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척추, 관절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척추와 관절에 생긴 이상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잘못된 자세나 습관으로 유년기에 뒤틀린 척추는 성장기를 지나면 교정하기도 어렵고 성장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다른 또래보다 성장이 더뎌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아이를 살피면 아이 몸에 생긴 적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엄국현 원장의 도움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척추, 관절 이상을 초기에 찾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뚝 떨어진 스마트폰과 컴퓨터 이용 연령, 잘못된 자세는 척추측만증 부른다

# 주부 A씨(43세)에게는 내년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아이가 있다. 최근 부쩍 허리가 뻐근하다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를 못했다. 책상에 앉은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종종 짝다리를 짚고 서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척추측만증이 진행 중이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5년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1만3천명이었다. 이 중 10대가 44.4%(5만848명)를 차지했으며 대부분은 성장기인 중·고등학생(13~16세)들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이용 연령이 떨어진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30.3%, 유·아동의 19.1%가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동의 경우 2015년 12.4%이었던 것에 비해 불과 2년 만에 1.5배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10세 미만의 유년기에 잘못 형성된 자세와 습관이 척추측만증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척추측만증은 척추변형으로 인해 척추뼈의 만곡이 소실되고 한쪽으로 C자형 또는 S자형으로 10도 이상 틀어지는 질환이다. 특히 10세 전후의 성장기 무렵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사춘기에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생한방병원 엄국현 원장은 "일반적으로 8세를 넘어서면 골격이 어느 정도 완성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전후로 아이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넣어 척추의 만곡을 유지하면서 목을 세우고 가슴을 펴는 자세가 좋다"고 밝혔다.

■ 지켜만 봐도 알 수 있는 척추측만증, 아이 어깨와 신발을 확인해보자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은 1년에 10Cm이상 키가 크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은 성장하는 동안 계속 진행되는 만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척추측만증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의 수평선을 체크하는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아이의 어깨 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가방을 멘 아이의 가방끈 길이가 다르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의 불균형에 따른 증상은 골반 틀어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척추와 양쪽 다리를 연결하는 골반이 틀어지면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처음에는 골반 주변 통증만 있지만 심각해지면 요통, 무릎 관절, 어깨까지도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골반의 틀어짐은 아이의 신발 밑창만 봐도 알 수 있다. 양쪽 신발 밑창이 다르게 닳아 있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받을 필요가 있다.

평소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바른 자세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걷거나 앉을 때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목과 어깨에 쌓이는 피로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척추∙관절을 비롯한 모든 관절에 힘을 골고루 분산시켜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 자주 넘어지는 우리 아이, 골절로 인한 '성장판 손상' 주의해야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정보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골절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219만7천명, 2016년 223만2천명, 2017년 230만8천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기준으로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3월부터 골절환자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10~14세 남자 어린이 그룹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넘어지는 아이들의 특성상 골절상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골절로 인해 성장판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기 어린이의 관절에는 뼈보다 약한 연골로 이루어진 성장판이 있다. 넘어질 때 짚게 되는 손목이나 땅에 부딪히는 무릎, 팔꿈치 등에 성장판이 위치해있다. 자칫 넘어지면서 뼈가 골절되면 성장판을 다쳐 다리가 짧아지거나 뼈의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 부드러운 연골조직인 성장판은 X-ray로는 손상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힘들다.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성장판 손상은 4~12세 아이가 한참 자라는 시기에 겪는 '성장통'과 초기증상이 유사해 구분이 필요하다. 성장통은 허벅지나 정강이, 팔, 엉덩이 등에 통증이 생기는데 밤에 시작됐다가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한 날에도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뼈를 둘러싼 골막이 늘어나면서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성장통의 경우 관절에 직접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위 전체에 통증이 느껴진다.

 

성장판을 다치게 되면 관절 부위에 멍울이 만져진다거나 한쪽으로 휘어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응급처치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넘어지고 난 후 관절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고 붓는다면 얼음찜질을 하고 부목 등으로 부상 부위를 고정시킨 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고 다친 곳과 주변이 검붉게 혹은 보라빛으로 변하면 병원에서 정확히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자생한방병원 엄국현 원장은 "성장기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영양만 챙길 것이 아니라 평소 바른 자세의 형성이 성장 장애를 미연에 방지하고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평소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특정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운동 교정치료를 받거나 척추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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