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막단백질이 결정적 역할... 유전자 조절의 새로운 방향 제시

▲ 라민 결실 세포에서 특정 DNA가 세포핵막으로부터 분리됨
정상세포에서는 DNA(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 초록색)가 세포핵막(빨간색)과 결합되거나 매우 근접하게 위치한다. 라민이 결실된 세포에서는 동일한 부위가 세포핵막으로부터 분리돼 세포핵질에 존재한다.
▲ 라민에 의한 유전체 3차 구조 및 유전자 발현 조절 모식도
정상세포에서 강하게 응축된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보라색)은 세포핵막과 강력하게 결합하고, 라민에 의해서 그 범위가 제한된다. 반면 약하게 응축된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파란색)은 세포핵막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결합한다. 라민이 결실된 세포에서는 압축됐던 스프링이 늘어나듯이 지속적 헤테로크로마틴이 팽창한다. 이로 인해 세포핵막과 느슨하게 결합했던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이 세포핵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선택적 헤테로크로마틴과 인접한 유크로마틴의 3차 구조가 변형돼 유전자 발현 양상이 달라진다.
DNA의 입체적인 형태를 제어하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막단백질의 역할이 보고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영조 교수(순천향대학교), 샤오빈 젱 박사·이쉬안 젱 박사(미국 카네기연구소) 국제공동연구팀이 핵막단백질인 라민이 유전체 3차 구조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DNA는 단단히 꼬이고 접혀 있다가 필요한 부분을 느슨하게 펴서 유전정보를 발현한다. 타고난 DNA 염기서열의 이상과 관계없이 후천적으로라도 DNA의 3차원 입체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정보 발현 양상이 달라지면서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유전체 3차 구조 연구는 그 역사가 10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초기단계이다.

연구팀은 세포의 핵막에 존재하는 라민이 DNA의 특정 부위가 팽창하거나 핵막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3차 구조 형성과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라민이 없는 세포에서는 DNA 특정 부위의 3차 구조가 변형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부위의 유전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발현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조로증을 비롯해 라민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약 20가지 유전성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조 교수는 “이 연구는 DNA 3차 구조 형성에서 핵막단백질의 역할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며, “향후 노화와 퇴행성 질환에서의 라민과 유전체 3차 구조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과 전혀 다른 신개념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후속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세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라 셀(Molecular Cell) 온라인판으로 공개됐으며 9월 6일에 출간될 예정이다.
논문명은 ‘Lamins organize the global three-dimensional genome from the nuclear periphery’이고, 저자는 김영조 교수(제1저자/교신저자, 순천향대학교), 샤오빈 젱(Xiaobin Zheng) 박사(제1저자/교신저자, 미국 카네기연구소), 이쉬안 젱(Yixian Zheng) 박사(교신저자, 미국 카네기연구소), 지비아오 휴(Jiabiao Hu) 박사(제1저자, 미국 카네기연구소), Lidya Kristiani 학생(순천향대학교), 김미리 학생(순천향대학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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