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방어 기작 동물실험으로 규명… 행동 차이도 분석, 성별 간 차이 연구 기반 마련

▲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 가설
2013년 제안된 여성 방어 효과 가설은 자폐증과 관련해 성별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한다. 여성의 경우, 자폐증이 발병하려면 심각한 변이들이 더 많이 축적돼야만 한다고 설명한다. 변이의 축적과 정도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커야만 나타난다는 가설이다. 남성과 여성 발병 시점에서 여성에서는 방어 효과가 작용해 자폐증 발병률에 대한 성별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의 비용이 감소하면서 점점 많은 환자들의 유전체 정보가 쌓이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자폐증 여성은 남성 환자들에 비해 더 심각한 변이를 많이 갖고 있으며 발병 시에는 증상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점차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여성 방어 효과 가설에 주목해 자폐증 발병에 있어 성별 간 차이의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CHD8 유전자 변이가 도입된 수컷 돌연변이 생쥐와 달리 암컷 돌연변이 생쥐는 변이가 일으키는 유전자 변화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기작이 작동함을 확인했다.

▲ 성별의 차이에 따른 행동학적 실험 모식도와 결과 그래프
연구진은 CHD8 유전자 변이가 도입된 돌연변이와 정상 쥐의 행동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CHD8 수컷 생쥐는 특히 정상적인 수치에서 벗어나 불안정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였다. 먼저 연구진은 어미로부터 분리된 새끼 생쥐의 초음파 울음(Ultrasonic vocalization, USV)을 측정했다. 분리된 지 3일이 지나자 수컷 돌연변이는 다른 생쥐들에 비해 높은 빈도수를 기록했다(위).
다음으로 청소년기 생쥐가 어미와 떨어져 있을 경우 찾는 행동을 관찰했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는 이 실험에서도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운데).
마지막으로 털 정리 행동을 관찰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아래).
그래프 범례
X축 : WT(대조군), HT(돌연변이) Male : 수컷 / WT(대조군), HT(돌연변이) Female : 암컷
Y축 : USV call number : 초음파 울음 빈도수,
Time spent in mother quadrant : 어미와 접촉하는 시간, Self-grooming duration : 털 정리 행위

▲ 전기생리학적 실험 결과 나타난 성별의 차이
(위) 해마의 피라미드 신경세포(Hippocampal CA1 pyramidal)의 세포간신호전달의 정도(mIPSC, miniature inhibitory postsynaptic current)를 측정결과, CHD8 돌연변이 수컷 생쥐는 빈도수와 너비 폭이 모두 감소한데 반해, 암컷 돌연변이는 빈도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해마의 뉴런 세포 바깥에서 일어나는 전기생리적 변화인 발화의 정도(firing) 측정 결과, 수컷 돌연변이는 흥분성 뉴런의 발화정도가 증가한 반면, 암컷 돌연변이는 억제성 뉴런의 발화정도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프 범례
X축 : WT(대조군), HT(돌연변이) Male : 수컷 / WT(대조군), HT(돌연변이) Female : 암컷
Y축 : mIPSC frequency(Hz): 억제성 시냅스 후막 전류 빈도 mIPSC amplitude (pA) : 억제성 시냅스 후막 전류 크기 Total firing rate(Hz) : 전체 뉴런의 발화 빈도 Putative excitatory firing rate (Hz) : 흥분성 뉴런의 발화 빈도 Putative inhibitory firing rate (Hz) : 억제성 뉴런의 발화 빈도
▲ 유전체학적 분석에서의 성별 이형성
RNA-sequencing 결과, 수컷과 암컷 돌연변이 생쥐 뇌에서 많은 유전자들의 발현이 변해있음을 볼 수 있다(왼쪽).
특히 암컷 돌연변이의 증가된 유전자들은 CHD8의 표적 유전자가 아닌 것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가운데).
왼쪽 자주색 원형 그래프는 CHD8 유전자 변이로 인해 증가한 유전자들 중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약 60%로 분석됐다.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를 살펴보니(오른쪽) 세포 외부에서 뉴런을 지지하고 세포간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들과 관련된 유전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여성 특이적인 유전체적 기작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 유전체학적 분석에서의 성별 이형성
RNA-sequencing을 통해 연구진은 자폐증 환자의 유전자 변화와 실험군들의 유전자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CHD8 돌연변이 수컷 생쥐의 유전자 변화가 자폐증 환자의 유전자 변화와 매우 유사함을 보이는 반면 상반됨을 확인했다. 즉, 수컷 돌연변이의 유전자 변화는 자폐증 환자에서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유전자들과 비슷한 방향의 변화를 보였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유전자 변화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왼쪽).
또한 수컷 돌연변이의 유전자 변화는 뉴런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감소되고 신경교세포들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증가된 반면, 암컷 돌연변이의 유전자 변화는 이와 상반되어 있었다(오른쪽). 학계는 신경교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증가는 자폐증이 나타날 때 관찰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이 여성의 자폐증 발병률이 더 낮은 원인을 밝혔다.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도입된 생쥐 실험을 통해 암컷에게만 나타나는 방어 기작을 관찰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 발병 원인을 밝혀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는 한편 접근이 어려웠던 성별 차이 간 자폐증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인구의 1%는 자폐증 환자로 알려져 있다. 남성 자폐증 환자는 여성 자폐증 환자보다 4배 이상 많다. 이같은 성별 간 차이는 인종, 지역, 의료 수준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이지만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성 염색체나 성 호르몬을 원인으로 설명하려 했으나 연구의 진전은 더뎠다. 대부분 연구의 실험동물도 수컷 생쥐가 대상이라 성별 간 차이를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자폐증 발병에 있어 성별 간 차이를 설명하는 가설은 다양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는 자폐증 발병에 있어 여성에게 유전자 차원의 방어 효과가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자폐증과 관련된 변이들이 축적됨에 따라 남성은 특정 시점에 자폐증이 발병하지만 여성의 경우 훨씬 더 심각한 변이가 축적돼야만 발병하기 때문에 시점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다.

IBS 연구진은 여성 방어 효과 가설에 주목해 성별 간 차이 연구를 설계했다. 분자적 수준에서부터 행동학적 수준까지 다각도의 분석을 위해선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연구진은 자폐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CHD8 유전자를 생쥐에게 도입해 실험군을 만들었다.

먼저 뉴런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CHD8 유전자 돌연변이 수컷 생쥐에서는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 변화로 흥분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됐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정상적인 행동이 관찰됐으며 억제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됐다.

행동의 차이도 나타났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는 정상적인 수치에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어미와 분리된 상황에 놓이자 새끼 생쥐는 초음파 영역의 울음 빈도가 높아졌다. 청소년기 생쥐의 경우 어미를 찾는 행동이 증가됨을 관찰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털을 정리하는 행위(self-grooming)를 반복했다.

이어 RNA 분석을 수행해 성별 간 나타나는 유전체적 차이를 살펴본 결과, 수컷 돌연변이보다 암컷 돌연변이의 뇌에서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암컷 돌연변이가 CHD8 유전자 변이에 대응하는 방어기작으로서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 결과로 분석됐다. 유전자들은 세포외기질에서 뉴런을 구조적으로 지지하며 기능을 발현하도록 도와주거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들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HD8 변이로 인한 자폐증 발달을 막는 특이적인 변화가 암컷에게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 자폐증 환자들에서 관찰된 유전자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 생쥐와 암컷 돌연변이 생쥐는 상반된 양상이 나타났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에선 CHD8 변이로 인한 유전자들이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려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CHD8 변이에 대응해 특이적 유전자들을 발현을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균형 시스템이 지켜져 정상적 행동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에서 여성의 발병률이 더 낮은 이유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암수 생쥐에 똑같은 돌연변이를 도입해 성별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 변화, 뉴런 활성화 정도, 유전자 발현 결과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분자 대응은 자폐증 치료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은 “우리가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 관찰한 방어 기작은 자폐증의 발병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그간 선별적으로 수행되던 성별 간 발병률 차이 연구 분야를 선도할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IF=19.912, DOI: 10.1038/s41593-018-0208-z) 8월 14일자(한국시간)에 논문명 ‘Sexually dimorphic behavior, neuronal activity, and gene expression in Chd8-mutant mice’, Jung H, Park H, Choi Y, Kang H, Lee E, Kweon H, Roh J, Ellegood J, Choi W, Kang J, Rhim I, Choi SY, Bae M, Kim SG, Lee J, Chung C, Yoo T, Park H, Kim Y, Ha S, Um SM, Mo J, Kwon Y, Mah W, Bae YC, Kim H, Lerch JP, Paik SB, Kim E 등으로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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