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박세우 교수, 진정내시경 시 에토미데이트 효과 연구

흔히 수면내시경이라고 하는 진정내시경은 환자의 불안과 고통을 경감시키면서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안전한 시술이 이뤄지도록 한다. 진정의 정도에 따라 의식이 있는 상태부터 시술 과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고도 진정 등이 있다. 특히 내시경시술 중에는 마취한 것처럼 아픔이나 기억이 남지도 않기를 바라는 환자의 요구와 돌발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시술하는데 방해받지 않길 원하는 의사의 요구가 일치해 최근에는 깊은 진정이 선호된다.

진정 유도에 사용되는 약제 중 프로포폴은 중등도 이상의 진정을 위한 용량과 투여 방법에 대한 임상경험이 축적되면서 내시경시술을 위한 보편적인 진정제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권고안에서는 충분히 훈련된 상태에서 의사의 감독 아래 간호사가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공표했다. 프로포폴은 약효가 1분 이내 발현되고, 의식이 깨끗하고 빠르게 회복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계속돼 왔는데 투여하는 용량에 따라 진정의 깊이가 빨리 변해 호흡억제가 빈번하며 저혈압 등 심혈관계 억제현상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도 진정내시경 시술 시 프로포폴의 사용은 가파르게 상승해 그로 인한 합병증 발생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의료용 마취 성분인 프로포폴은 지난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돼 현재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포폴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세우 교수는 진정내시경 시 프로포폴과 매우 유사한 약동학 및 약역학적 성질을 가진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했을 때 동등한 효과를 얻으며 환자의 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난이도 내시경시술인 내시경초음파와 역행성담췌관조영술 시술 시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포폴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비교분석한 2편의 연구(Etomidate versus propofol sedation for complex upper endoscopic procedures: a prospective 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 Efficacy and safety of etomidate-based sedation compared with propofol-based sedation during ERCP in low-risk patients: a double-blind, randomized, noninferiority trial)가 미국소화기내시경 학회 저널 ‘Gastrointestinal Endoscopy(Impact factor 7.204)’ 2017년 9월과 2018년 1월호에 각각 개재됐다.

연구팀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내시경초음파를 받을 환자 128명과 역행성담췌관조영술을 받을 환자 128명을 각각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에는 에토미데이트를 다른 그룹에는 프로포폴을 진정유도제로 사용하고 효과와 안정성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내시경초음파 시술을 위한 진정내시경 시 저산소증 발생확률이 프로포폴 그룹에서는 31%였으나 에토미데이트 그룹에서는 6%로 나타나 현저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미다졸람과 병용투약한 역행성담췌관조영술 진정내시경에서도 호흡관련 합병증이 프로포폴 그룹에서는 25%였지만 에토미데이트 그룹에서는 15%로 10%p 감소했다.

또한 약제로 인한 저혈압의 빈도 및 평균 동맥압의 감소가 에토미데이트 그룹에서 프로포폴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었다. 이는 시술을 포함한 환자의 회복까지 모든 시간대에 걸쳐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평균 동맥압뿐만 아니라 수축기 혈압에서도 에토미데이트 그룹에서 높게 유지가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 시술 기간 중 에토미데이트 (빨간색 선)가 프로포폴 (파란색 선)에 비해 맥박수(2-A), 수축기혈압(2-B), 평균동맥압(2-C), 산소포화도(2-D)에서 유의하게 높게 유지됨을 알 수 있다.
두 연구에서 모두 기도삽관, 신경학적 손상, 사망 등 중대한 합병증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 및 시술자 만족도 측면에서는 프로포폴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에토미데이트가 진정내시경에서 적어도 동등한 효과로 안전한 시술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세우 교수는 “진정내시경 시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하면 프로포폴로 인한 중대한 심폐관련 합병증을 줄이면서 빠른 효과, 빠른 회복, 환자 및 시술자의 만족도 등에서 동등한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프로포폴의 대체제로 그 가치가 높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술시간이 길어지거나 복잡해 깊은 진정상태가 요구되는 췌담도 시술 시 에토미데이트 사용은 프로포폴 등 기존의 진정제와 비교해 유사한 효과와 월등한 안정성을 입증했다.

박 교수는 “프로포폴의 오남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의학적, 사회적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진정유도제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에토미데이트는 비마약류 약제로서 진정내시경 시 프로포폴과 비교해 적어도 동등한 효과의 보다 안전한 진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환자 모니터링 장치가 미흡한 1차 의원에서도 보다 안전한 진정내시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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