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마다 떨리고, 조금만 흥분해도 우는 목소리는 음성질환 징후

개강과 함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캠퍼스 라이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발표, 토론 등의 과제도 늘고 있다. 만약 발표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유난히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면 발표, 토론 과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발표와 관계없이 평소에도 목소리가 떨리고 끊기거나 조금만 흥분해도 우는 소리가 난다면 음성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취업준비생 5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9%가 발표를 앞두고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가장 많이 느끼는 불안증세 중에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떨리는 증상도 포함된다. 이처럼 극도의 긴장으로 발생하는 목소리 떨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평소에도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다.

만약 일상생활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가 떨리고 소리가 끊기며, 조금만 긴장하고 흥분해도 우는 소리가 난다면 ‘연축성 발성장애’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소리 떨림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음성언어치료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을 정도로 목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떨리거나 말이 끊기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연축성 발성장애일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목소리 떨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성대 근육의 이상이 더 악화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음성질환을 동반할 수도 있는 만큼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축성 발성장애란 목소리를 만드는 후두의 근육들에 반복적으로 불규칙한 경련이 생기면서 목소리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후두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 또는 긴장으로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리게 되며, 대체로 처음 말을 시작할 때 힘들고, 말을 연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기저부에 있는 후두감각 신경반사의 중추가 되는 신경 핵부위의 억제성 신경 이상으로 후두신경 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즉 발성기관을 형성하는 후두 근육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 성대의 진동이 불규칙해져 음성과 발성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일상에서도 긴장한 듯이 수시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다. 긴장 상황에서 떨리는 것과 달리 불규칙적으로 많이 떨리는 목소리를 낸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ㅅ'이나 'ㅎ' 받침이 들어간 단어들의 발음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으며, 목소리 톤이 일정하지 않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든다. 노래를 부를 때 특정 음역에서 소리가 뒤집어지거나 끊김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만큼 목소리 떨림이 심하다면 평소 책을 소리 내 천천히 읽는 연습을 하거나 과도하게 성대와 그 주변 근육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작게 내는 등의 잘못된 발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발표, 토론 등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턱이나 혀, 입술 등 발성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대화를 할 때도 목소리 떨림 증상이 심하다면 이비인후과 검사를 통해 연축성 발성장애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음성언어치료와 보톡스 치료를 통해 개선이 가능한데, 특히 문제를 일으키는 성대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주사하는 보톡스 치료는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단, 보톡스 치료는 그 효과가 평생 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음성치료를 동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안철민 원장은 “목소리 떨림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심한 경우 짧은 단어도 말하는 것이 어려워져 아예 말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므로 질환으로 인식해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성치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의 협진을 통해 3개월 이상 꾸준히 인내를 갖고 받아야 하며, 평소 발성습관 개선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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