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윤형주

 

올해로 공직에 입직한지 만 31년이 지났다. 27세의 팔팔한 나이에 사랑하는 여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무원이 됐고, 31년의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식품안전을 위해 일해 왔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식품안전과 산업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최근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내놓은 2019년도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은 2.1%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식품산업은 세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부가가치도 높아져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임에는 변함이 없다.

식품산업은 과거 기본적인 식량을 공급하거나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산업에서, 건강증진 등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나 요구가 다양화됨에 따라 식품산업과 첨단기술, 문화 등 다른 영역과의 융·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전통적으로 소수의 대기업과 다수의 영세기업이 공존하는 이중구조를 보이는 등 다른 제조업에 비해 영세성이 높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산업은 업체수, 생산량, 수출현황 등 대부분의 지표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며, 2017년도 기준 국내 식품 생산액은 131조8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고, 2011년도부터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보호 무역주의, 안전 우선 정책 등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할 때, ‘과연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한다. 앞으로 국내 식품산업이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환경변화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식품안전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안전(Total Security)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식품안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함은 물론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이슈화나 정부신뢰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은 1996년 광우병 사고로 인해 보수당 정권이 붕괴됐고 우리나라는 2010년 광우병 파동 시 촛불시위 등으로 전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다.

또한, 식품안전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로 국민 모두가 민감해 하는 ‘소비자 정책’의 주요 관심사이다. 식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생산과 진흥의 문제’가 아닌 ‘소비와 안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특히,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며 안전과 관련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더 안전을 우선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식품안전을 우선한다고 해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며, 식품 안전관리의 부수적인 효과로서의 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식품의 안전관리 강화를 통한 제품의 질을 높임으로써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FTA 체결과 함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미래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해야 식품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품안전관리는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대표영역으로 단순 제품관리가 아닌 국민건강 확보 측면에서의 필수요건이다.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소홀하면 식중독 등 건강에 위해를 가하고 이는 만성질환 등 심각한 국민 건강 손상 및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현재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정부 차원에서 식품안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환경오염, 인접국의 방사능 사고 등 식품으로 인한 위해를 선제적으로 대비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식품안전 등 보건권)을 정부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화 및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식품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기능의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식품안전과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지속 발굴·추진해 나가고,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을 거쳐 소비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식품안전 위협요소가 빈틈없이 관리되는 안전관리체계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