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와 관련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케이주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면서 5월 28일자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이후 6월 초에는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 인보사 투여 환자들에 대해 장기추적조사 등을 실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했으며, 6월 18일에는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된 청문회를 가졌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이 허위 자료를 제출해 인보사의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의약품 인·허가 주무 부처인 식약처를 압수 수색했고, 6월 15일에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전 회장을 불러 그가 식약처 허가를 받기 전 세포 변경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을 7월로 연기헸다.

인보사와 관련해서 소송들도 줄을 잇고 있다.

10개 손해보험회사들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판매허가 취소 사건과 관련해 보험금으로 부당지급된 인보사 판매대금 환수를 위한 민·형사 소송에 돌입한다고 6월 5일 밝혔다. 보험금 환수액은 3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의 공동소송도 제기됐다. 소장접수서류가 완비된 244명의 원고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코오롱 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5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고,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소액주주들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상의 사태들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인허가 과정에서 일부 잘못은 인정하지만 고의적으로 인보사 성분을 허위기재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인보사의 판매를 허가해 준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년 전 인보사 품목허가를 내줄 때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라며 인보사의 혁신성을 강조했던 식약처는 지금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았고, 인보사에 대한 행정조치를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민단체가 전현직 식약처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하기도 했다.

이제 인보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들은 검찰의 수사와 일련의 소송들에 따라 열릴 재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책임져야 할 이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되는 일련의 일과성 사태로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왜냐 하면 식약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일선의 첨병이면서 최후방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식의약과 관련해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로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보사의 허가를 위해 제출된 서류들의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식약처는 부족한 실력에 대해 통감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정비해야 할 것이며, 혹여 식약처에 제기된 의혹들 중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읍참마속의 고사처럼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고 조직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기회로 최근에 허가된 다른 신약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보는 한편,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이 보유한 모든 품목들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다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차후 허위 서류를 이용해 품목허가를 받는 경우가 또다시 생긴다면 이를 강력하게 제제할 수 있는, 품목허가 취소로 마무리하지 말고 업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이번에 소 한 마리를 잃었다. 그렇다고 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만 집중해 손에서 일을 놓아버리거나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심기일전해 외양간을 고쳐 소를 들이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의 실수나 잘못을 떳떳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며 발전해 나가는 품격 있는 식약처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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