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지연되면 신장 기능 손상될 수도

 

급성요폐는 소변이 마려운데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려 해도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중년 및 노년 남성에서 관찰되는데 이는 해당 연령대에 흔한 전립선비대증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대한비뇨기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남성 급성요폐 환자의 70% 가량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유대선 교수와 함께 급성요폐에 대해 알아본다.

풍선처럼 빵빵… 방광 크기 3배 이상 부풀어
급성요폐는 소변을 보려고 해도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방광이 수축하는 힘이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켜 아무리 힘을 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방광에는 소변이 점차 차오른다. 보통 남성의 방광은 400~500cc의 소변을 담는데 요폐가 오면 부풀어 올라 심한 경우 1500cc 이상까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방광의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하게 만져지며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 등이 급성요폐의 흔한 원인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말 그대로 전립선의 크기가 정상보다 커지는 질환이다.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면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소변 횟수가 평상시보다 증가하거나, 자는 도중에 깨 화장실을 가거나,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특히 전립선에 의해 압박된 요도가 제대로 이완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급성요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경우에도 급성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근육의 수축력을 저하시키고 소변이 나오는 길인 방광 입구와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입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전립선암이나 요도협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복용 중이던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한 경우나 전립선 수술 후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변비나 당뇨 등도 급성요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료 지연되면 신장 기능 손상될 수도
급성요폐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방광근육의 수축력이 소실돼 본래의 방광 기능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방광 내 압력의 상승을 유발한다. 방광 내 압력 상승은 방광 내 혈류량을 감소시켜 산소가 부족한 허혈상태 및 조직의 손상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방광 기능 저하 및 변성이 올 수 있다. 또한 신장의 요배출을 악화시켜 요관이나 신장이 늘어나는 수신증을 유발하고, 지속될 경우 영구적인 신장 기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이밖에도 요로감염이나 방광결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급성요폐가 발생하면 통증 경감을 위해 응급처치로 소변을 뽑아준다. 이후 요도로 도뇨관을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킨다. 대개 급성요폐가 일어나면 방광근육이나 점막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약 1~2주 정도 도뇨관을 삽입한 채 방광에 휴식을 주고 정상적인 소변보기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약을 함께 복용하면 도뇨관을 제거한 후 정상적인 배뇨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광의 수축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방광의 수축력을 향상시키는 약 등을 전립선비대증 약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전립선암, 방광결석, 요도협착 등 치료 가능한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는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소변, 참지 말고 그때 그때 보아야
급성요폐는 매우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따라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부터 ‘소변을 오래 참으면 병이 된다’는 소리가 있다. 급성요폐를 예방하려면 소변을 억지로 참는 것은 금물이다. 귀찮더라도 요의를 느끼면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다가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하면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방광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급성요폐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소변을 참지 않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과민성 방광 등의 질환으로 소변이 얼마 없음에도 방광이 예민해 자주 화장실을 찾는 경우에는 소변을 참았다가 보는 것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증상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과음도 급성요폐의 주요 위험인자 될 수 있어
유대선 교수는 “보통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잠들게 되면 소변양이 증가해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서 깨도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음주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급성요폐 예방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감기약을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약을 처방받기 전 반드시 전립선비대증 치료 중에 있음을 알려야 한다. 감기약을 먹는다 하더라도 전립선비대증 약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한다.

이외에도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나 홍차, 콜라 등의 카페인 음료도 급성요폐에는 좋지 않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평소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등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온수 좌욕은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기에 급성요폐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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