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단백질 뛰어넘는 움직임 이용하면 유전질환 치료 도움 기대

▲ DNA 커튼을 이용한 XPC-RAD23B의 움직임 관찰과 충돌 실험
(A) DNA 커튼 시스템의 개략도(첫 번째 그림)
다수의 DNA가 나노 장벽 사이에 잘 배열돼 있으며, 형광체가 표지된 XPC-RAD23B를 넣어 DNA 위에서의 움직임을 형광 이미징으로 관찰한다.
(B) XPC-RAD23B 분자 하나의 시간에 따른 DNA 위에서의 움직임(두 번째 그림)
XPC-RAD23B가 1차원 확산 과정을 통해서 DNA 위를 움직인다는 것을 볼 수 있다.
(C) XPC-RAD23B와 다른 단백질의 충돌실험에 대한 개략도(위)와 실제 XPC-RAD23B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다른 단백질을 넘어가는 것을 보인 움직임(아래)(세 번째 그림)
▲ XPC-RAD23B가 DNA 위에서 손상부위(CPD)를 찾는 과정을 그린 개략도

장애물달리기 선수처럼 DNA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손상을 찾는 단백질의 이동 원리가 밝혀졌다. 신속하게 이동하며 DNA 손상을 파악하는 이 원리를 이용하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질환의 치료법에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올란도 쉐러(Orlando Schäre)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XPC-RAD23B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XPC-RAD23B 단백질은 우리 몸 속에서 DNA 손상을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단백질이 어떻게 손상 부위를 찾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DNA 커튼이라고 불리는 단분자 분광학 기술을 이용해 DNA 위에서 움직이는 XPC-RAD23B 단백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이 DNA를 따라 움직이며 손상 부위를 확인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DNA 위의 다른 단백질을 피하기 위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도 관찰됐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천나영 연구원은 “XPC-RAD23B은 다른 단백질을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30억 개에 이르는 DNA의 손상 부위를 빠르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DNA 손상을 빠르게 알아내는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자외선이나 유독물질에 쉽게 손상되고 변형된다. 이런 손상에도 돌연변이를 갖지 않는 것은 우리 몸 속에서 손상된 DNA를 빠르고 정확하게 원상 복구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복구는 다양한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되는데, XPC-RAD23B 단백질이 손상 부위를 확인하는 게 시작점이 된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DNA 손상으로부터 유래하는 피부암, 색소성건피증 등 다양한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자일 교수는 “현재 현미경 기법으로는 세포핵 내에서 일어나는 단백질과 DNA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없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DNA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보다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포스코 청암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 Research, IF: 11.56) 8월 2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중대한 발견(Breakthrough Article)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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