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는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에게 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나라의 드라마와 가요 그리고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졌고 나아가 세계 각지에서도 우리의 대중문화를 소비하게 됐다. 韓流로 불리는 이런 현상들은 우리 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고 이로 인해 얻는 수익도 만만치 않은 요즘이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드라마와 가요, 영화 등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김치, 고추장, 라면 등과 같은 식품이나 각종 가전제품 그리고 K-Beauty 등 한국 관련 제품에 대한 선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韓流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뿐이랴 반도체를 선두로 해서 휴대폰, 자동차, 컴퓨터, 석유 화학 제품, 섬유, 철강, 가전제품, 기계 등도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우리 나라를 알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데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주목할 만한 韓流의 주요한 트렌드가 하나 더 있으니 K-Pharm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 각국에 우리의 의료서비스와 제약 산업을 진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아 세계 여러 나라에 합작으로 혹은 독자적으로 병원을 세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전수하고 있으며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완제의약품들을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우리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약 산업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람에게 사용할 의약품을 만드는 산업이다. 그래서 새로운 신약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비용과 함께 오랜 기간 수많은 과정과 실험이 있어야 하고, 신약이 출시된 이후에도 꾸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여러 제약사들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들이 생산해 제공하는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제약 산업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신뢰를 얻고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약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산업을 영위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며 종사하는 이들이 지켜야 할 룰을 강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한편, 기준과 규칙을 세우고 제약사들이 이를 지키게 하려면 식약처 스스로가 기준과 규칙을 적용하는 데 엄정해야 하고, 의약품 관리에 대한 수준높은 실력을 갖춰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우리는 약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게 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인보사케이주의 허가 취소와 NDMA의 검출과 관련돼 의약품이 판매중지된 사건이 그것이다.

인보사케이주는 허가와 다른 원료를 사용해 품목허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라니티딘을 원료로 사용한 위장약 269개가 NDMA의 검출과 관련해 판매중지됐다. 작년에는 중국산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을 사용하다 NDMA가 검출돼 의약품이 판매중지된 일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해당 제약사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그렇지만 제약사만 책임을 지고 끝내야 할까? 약은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다. 식약처의 궁극적인 역할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기준을 세우고 지키도록 하는 것은 물론 누구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갖춰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신뢰를 얻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제약사들과 식약처는 당장 내년부터라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으로부터 신뢰받는 업계와 기관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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