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 탈장 환자 매년 증가, 男 환자가 女환자에 비해 약 7배 많아

어느 날 갑자기 사타구니 주변이 부풀어 오르고, 불룩한 것이 만져지는 사타구니(서혜부) 탈장은 특별한 통증이 없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키우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연령별로 사타구니 탈장의 원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탈장은 신체의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조직을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 나오는 것으로 가장 흔한 형태가 사타구니 탈장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질병 소분류(3단 상병)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사타구니 탈장 환자수는 47,656명에서 51,445명으로 약 8% 증가했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2018년 환자 51,445명 중 남자 환자수는 44,951명으로 무려 87.4%를 차지했고, 이 중 60~70대가44.3%인 19,92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0대 미만 소아가 15.1%인 6,790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여자 환자수는 전체 환자의 12.6%인 6,494명으로, 10대 미만 소아가 2,569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배병구 종양외과센터장은 “사타구니는 탈장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로 큰 통증이 없고,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방치하기도 쉽다”며, “그러나 탈장 상태가 지속되면 장이 부어 심한 통증이 생기거나 장에 구멍이 생기는 등 괴사로 이어질 수 있고 연령별로 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장은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이 줄어들고,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는 노화 과정에서 복벽도 함께 약해지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한 부위인 사타구니로 장이 밀려나오는 질환이다. 60~70대 성인 남성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특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많이 들고,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비만으로 복부 내부 지방이 과도하게 많아 복압이 증가하거나 만성 기침으로 복압이 꾸준히 증가한 경우에도 탈장이 발생한다.

반면 아이의 경우에는 활동성과는 관계 없이 나타난다. 남아는 발생학적으로 고환이 뱃속에서 음낭으로 내려오는 길이 막히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즉 태아 초기 배 속에 있던 고환이 출생 즈음 서혜부 관을 따라 내려온 후 그 통로가 막히지 않아 장이 빠져 나오는 것이다. 여아는 자궁을 고정하는 원형인대 주변이 막히지 않아 복막주머니를 함께 끌고 내려가면서 탈장을 유발한다.

사타구니 탈장 초기에는 약간의 통증과 함께 서 있을 때만 튀어나왔다가 누우면 다시 들어가는 증상이 반복된다. 또한 아이의 경우 울거나 기침할 때, 힘주어 배변을 하고 난 후 사타구니 부위가 불룩해졌다 눕거나 편안한 상태가 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방심하기 쉽다.

그러나 사타구니 탈장을 방치하면 탈장 구멍이 점점 커지고 점차 많은 장이 끼게 되면서 장의 혈관이 눌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장 괴사가 진행되면 응급수술이 불가피하다. 또한 남아는 빠져 나온 장이 음낭 안까지 진입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한데 음낭 부위까지 내려온 장이 빠져 나왔던 구멍에 걸리는 감돈 탈장 상태가 되면 심한 통증은 물론 장 천공(구멍),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타구니 탈장은 전문의의 신체 촉진으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환자에게 기침을 시키거나 5분 이상 걷거나 뛰게 한 뒤 사타구니 부위를 살피면 돌출된 장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육안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사타구니 쪽에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어 확인할 수 있고, 복부 초음파, CT 등을 시행하면 보다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

감돈으로 진행되기 전의 탈장은 전문의가 손으로 장을 원위치로 돌려놓는 도수 정복만으로도 개선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벌어진 복벽의 구멍을 닫아주는 수술로 최근에는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도록 복강경을 이용해 인공막을 삽입하는 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배병구 종양외과센터장은 “소아의 경우 별다른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반면 성인은 나이가 들수록 복압 상승을 유발하는 내장지방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체중관리를 하되 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고, 만성적인 기침을 동반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전문의와의 상의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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