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홈술 트렌드에 맞춰 주류업계에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주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도주의 경우 도수가 낮다고 방심하고 계속 마시다가는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한 주류업체가 자사 제품 대표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0.4도 낮추고 패키지 디자인도 바꿔 출시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작년 5월 또 다른 주류업체가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춘 지 불과 8개월 만의 일이다.

독한 술로 알려진 위스키 시장 역시 저도주 열풍은 마찬가지다. 한 유명 주류기업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최초로 32.5도의 저도주 위스키 선물 세트를 출시한 바 있다.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주류업계의 저도주 마케팅의 이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주류 트렌드인 홈술과 혼술이 반영돼 있다”면서 “집에서, 혼자, 가볍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음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9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 내 코로나19 이후 유행하게 될 주류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홈(Home)술이 73.0%로 1위, 혼술이 54.7%로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즐기는 술(18.7%), 가성비 좋은 술(12.0%), 소용량 패키지(9.7%), 마시기 편한 술(9.3%) 순으로 나타났다.

허성태 원장은 “저도주 마케팅은 술을 독하다고 생각하고 꺼리는 소비자에게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젊은 층이나 여성과 같이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발표한 2005년 이후 월간 음주율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부터 남성의 음주 소비는 감소한 반면 여성의 음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나라 음주 실태를 보면 20대와 30대의 경우 저음주량이 높아진 반면 50대와 60대는 고음주량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또한 2000년 이래로 꾸준히 이어진 소주의 저도수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허성태 원장은 “저도주는 결국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줄여 술에 대한 경각심을 무뎌지게 만든다”면서 “아무리 알코올이 적게 든 술이라도 술은 그래도 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쉽게 취하지 않는다고 자주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잘못된 음주 습관이나 음주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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