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신체 부위를 긁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쾌한 감각을 의학적으로는 소양감이라고 표현하는데, 소양감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주로 아토피피부염, 피부 건조증 등의 피부 질환에 의해 발생하지만 콩팥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전신이 가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콩팥은 아랫배의 등 쪽에 쌍으로 위치한 장기로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설하고, 체내 수분량, 전해질, 산성도 등 생체 항상성을 유지하며, 혈압과 칼슘, 인 대사에 중요한 호르몬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무게는 전체 체중의 0.4%에 불과하지만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콩팥 건강이 무너질 경우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하면 혈액 속 영양소의 균형이 무너지고,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가렵고 건조한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양의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섞인 소변을 보고 부종이 쉽게 생기며 눈 주위가 붓는 증상도 콩팥의 여과 기능이 손상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적혈구가 새어 나오면 피가 섞인 소변을 보고 고혈압과 빈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콩팥 기능 저하 증상들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3개월 이상 콩팥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감소된 상태를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의 지표인 사구체여과율과 손상 정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90 이상(정상)리고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며, 2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60~89(약간 감소)이고 다양한 이상 증상이 발생하고, 3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30~59(감소)이고 정기검진이 필요하며 합병증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4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15~29(매우 감소)이고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며, 5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콩팥 기능 상실)으로 혈액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한 단계다.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지면 콩팥 기능 저하 증상을 비롯해 호흡 곤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심해지고, 혈액 투석이나 콩팥 이식 같은 대체요법을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만성콩팥병을 예방하려면 저염식을 하고 나이와 기저질환에 맞는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감량하고 당뇨 환자라면 신장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하며, 동맥 경화를 유발하고 콩팥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부추기는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사구체여과율은 일반 건강검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 저하가 관찰되면 평소 고혈압 증상이 있었는지, 콩팥 질환의 가족력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 급성신부전과 만성신부전(만성 콩팥병)을 구분하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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