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발생율 5배 높아, 기저귀 갈 때 유심히 살펴봐야

 

탈장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아 탈장이라고 할 때는 서혜부 탈장을 일컫는다. 태아 초기에 생겨난 고환이나 난소는 뱃속에 위치하고 있다가 임신 7~9개월 사이에 이동하며 제 위치를 찾아 간다. 이 때 이동 통로로 남아에게는 초상돌기, 여아에게는 누크관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저절로 닫힌다. 하지만 일부 아기들은 이 통로가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고, 이를 통해 장기가 빠지는 서혜부 탈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영아의 약 3~5%에서 나타나며 환자 중 약 10%는 가족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균 발견 연령은 만 3.3세이며 1/3 가량은 생후 6개월 이내에 발견된다. 남아가 여아보다 5배 정도 발생 빈도가 높으며,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는 서혜부 탈장 발생률이 30% 정도로 만삭아보다 높다.

서혜부 탈장은 서혜부 부위(사타구니)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는 튀어나오지 않다가 아이가 울거나 대변을 보는 등 복압이 올라가는 행동을 했을 때 튀어나왔다가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대개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 튀어나온 부위가 저절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누르면 다시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 때도 아이들은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빠져 나온 장이 덩어리처럼 튀어나온 상태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감돈탈장이라고 한다. 감돈탈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발생하는데 튀어나온 부분이 단단하게 만져지고 주변이 붓기도 하며 남아의 경우 음낭이 푸른색을 띄기도 한다.

이 때 아이는 구역,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되며, 이 경우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폐색과 괴사로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혜부 탈장의 치료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복벽이 약해져 발생하는 성인의 서혜부 탈장과 달리 소아의 탈장은 인공막 등의 보강 없이 수술로 장기가 탈출하는 길을 묶어서 치료한다. 수술 방법에는 절개와 복강경 두 가지가 있는데 절개와 복강경을 말 그대로 바깥쪽에서 절개해 수술 부위에 접근하느냐 혹은 복강경을 통해 몸 안쪽에서 접근하느냐의 차이다.

절개 수술은 탈장된 부위의 피부를 2~3㎝ 정도 절개해 진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보통 카메라를 넣기 위해 배꼽에 1㎝ 남짓을 절개하고, 양옆에 수술 도구를 넣기 위한 5mm 크기의 구멍 2개를 뚫어 진행하며, 배꼽 부위에 1.5~2㎝ 크기의 구멍 하나만을 뚫고 진행하는 단일공 방식도 있다. 절개 방식이 유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진행하며, 수술 후 재발 확률은 0.5~1%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아이가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하고 주저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탈장은 장 괴사, 천공, 복막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견되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고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수술 부위 주변에는 정관, 고환혈관 등 중요기관이 있어 수술 숙련도가 중요하므로 소아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혜부 탈장은 태아 발달 과정에서의 발달 미흡이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므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어려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부모가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영현 교수는 “서혜부 탈장은 저절로 호전되는 질환이 아닌데다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 부모들이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시킬 때 사타구니의 좌우 대칭 여부를 관찰해 초기에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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