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라 대부분 퇴행성 질환이다. 통증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어깨가 서서히 약해지고 병들기 시작하다 50대 이후로 유난히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자주 아픔을 느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령대별 다빈도 질병 순위에서 어깨 병변이 50대는 3위, 60대는 5위를 차지했다. 환자수도 전체 2,364,392명 중 50~60대 환자가 1,314,841명으로 56%에 달한다.

대표적인 퇴행성 어깨 질환으로는 석회성건염, 오십견, 어깨 관절염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질환은 통증 외에도 운동 기능을 제약해 옷을 입고 벗는 일, 주머니에서 물건을 빼는 것이나 요리, 운전 등 독립적인 일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김형건 원장은 “어깨는 견갑골, 쇄골, 팔뼈와 근육 등을 모두 지탱하며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팔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어깨는 관절낭이 쪼그라들었으면 펴 주고 힘줄이 찢어졌으면 꿰매 주거나 관절이 다 닳았을 때는 인공관절 수술로 기능을 회복시키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깨 관절이 굳어 움직임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어깨질환이 오십견이다.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해 오십견이라고 불리는데 의학적인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막에 염증이 생겨 쪼그라들고 들러붙은 상태로 어깨가 굳어 움직이기 힘들게 되는 질환이다. 굳어진 어깨를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

외상이나 오랜 시간 동안 어깨 관절을 쓰지 않았을 때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뇨 및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이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몇 주 또는 수 개월이 지나면 통증의 강도가 세지고, 스스로 어깨를 움직이기 힘들거나 야간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은 차가운 바람을 직접 쐬면 관절이 굳어 통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보온에 주의해야 한다.

통증이 생기면 관절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이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소염제 주사나 온찜질, 전기자극 등의 물리치료가 효과적이다.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통증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을 줄이는 보존적 치료와 어깨의 운동 범위를 정상화시키는 운동 치료도 진행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쪼그라진 관절낭을 절제해 공간을 넓혀 주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석회성 건염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힘줄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깨 힘줄 세포가 손상된 부분에 칼슘 성분이 뭉쳐 돌처럼 굳는 석회화가 서서히 진행된다. 또 힘줄이 부분적으로 찢어지거나 닳은 부위에 급성 염증이 생겨 통증을 악화시킨다.

어느 순간 이유도 없이 어깨에 통증이 생겨 어깨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깨를 쓸 수 없기에 아픈 쪽 팔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건강한 쪽 팔로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외상이 없었는데도 하루 아침에 갑자기 증상이 생기고 극심한 통증까지 이어지기도 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

X-레이 검사를 해 보면 어깨 부위에 1~2mm에서 3cm까지 다양하게 돌처럼 생긴 방사선 비투과성 병변 부위가 하얗게 나타나 진단하기 쉽다.

석회화 건염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소염제 주사를 어깨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비수술적 치료로 레이저나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어깨에 충격을 주어 국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흡수를 촉진시켜 체외에 배출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2~3개월 이상 보존적인 치료를 받았는데도 염증이 자꾸 재발할 때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염증과 석회화된 병변 부위를 제거한 뒤 어깨 근육 강화를 위한 재활 치료를 받는다.

어깨 관절염은 무릎 관절과 마찬가지로 어깨 뼈에 덮여 있는 연골이 여러 이유로 닳아서 뼈가 노출돼 소리가 난다든지 어깨 운동이 잘 되지 않고 통증과 함께 관절이 부어 오르는 증상이 생긴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유발하지만 어깨에 관절염이 생겨도 통증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증세가 훨씬 진행돼야 병원을 찾는다.

X-ray검사를 해보면 어깨뼈와 위 팔뼈가 거의 붙은 것처럼 보이거나 뼈 끝도 뾰족하게 자란 전형적인 퇴행성 관절염인 상태가 많다.

팔을 들어 올릴 때 힘이 떨어지고 팔이 올라가지 않으면 어깨 관절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어깨 질환은 대부분 팔을 들기 어려운 증상이 비슷하지만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특징이 있다.

오십견이나 힘줄파열, 충돌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은 특정 각도에서 생기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각도와 상관없이 다 아프다. 팔을 앞으로 올릴 때, 옆으로 올릴 때, 뒤로 젖힐 때 다 아프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기가 더 불편하다. 식사할 때 아픈 팔을 반대쪽 손으로 팔꿈치를 받쳐 겨우 숟가락을 이용하거나 옷의 단추를 채우는 동작 조차도 힘들어지는 등 큰 제약을 받는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최경원 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이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퇴행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절이 닳은 경우에는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팔을 쓸 수는 있다”며 “혼자서는 가벼운 일상 생활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쁠 때는 인공관절 수술로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설명했다.

어깨 인공관절은 어깨가 완전히 망가졌을 때 통증을 사라지게 하는 치료로 팔을 들 수는 있지만 건강할 때 만큼 높게 들거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깨가 아프다면 방치하지 말고 가능한 빨리 적절하게 치료해서 어깨가 완전히 망가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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