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한 번쯤은 배가 아픈 증상을 겪게 된다. 우리 배 속에는 위, 간, 담낭, 췌장, 소장, 대장 등의 소화기관들이 있다. 복통은 해당 장기에 염증, 화학적 자극, 장관 폐쇄, 혈액 이상, 종양의 신경 침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흔히 배가 아픈 경우 소화불량, 배탈, 급체 등 가벼운 질환을 먼저 생각하지만 복부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기능장애에 의한 만성질환이나 짧은 시간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질환까지 다양하므로 가볍게 여길 증상은 아니다. 특히 충수염은 매년 10만명 이상이 수술을 받는 질환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사람이 사는 동안 충수염이 발생할 확률은 약 8∼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주로 20대 이하의 연령층에서 발병하고 20대 초반이 가장 많다. 충수염 환자의 95% 이상은 복통이 주증상이다.

우리 소화기관은 음식물을 입으로 씹어 삼킨 후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순으로 이어진다. 소장과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맹장이라는 소화기관이 있으며 이 맹장에 붙은 작은 주머니를 충수돌기라고 부른다. 특정 원인으로 충수 내부가 막히고 염증이 발생하게 된 경우를 충수염이라고 한다.

주 발병 연령층인 20대 이하에서는 림프저류, 림프부종, 림프절염 등이 잘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충수와 맹장 연결부위 주변부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충수 내부를 막아 충수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덩어리가 되면서 충수 폐쇄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발생 초기에는 식욕이 없어지고 울렁거림이 먼저 시작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상복부 통증이 발생한다. 구토나 우하복부를 눌렸을 때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배탈이나 급체 증상과 비슷해 환자 스스로는 충수염을 의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복부 통증이 배꼽 주위를 거쳐 우하복부 통증으로 변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우하복부 압통이 뚜렷해지며 미열이나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충수염이 천공되면 고열 및 우하복부에 국한된 통증이 하복부나 복부 전체로 확산돼 심한 통증을 느낀다.

충수염은 환자의 주요 증상과 함께 충수가 위치한 부분을 눌렀을 때 발생하는 압통 유무 및 혈액검사, 영상의학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급성충수염의 경우 백혈구 수치가 정상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다. 수술치료를 원칙으로 하며 방치할 경우 충수가 터져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일반 충수염에 비해 수술이 어렵고 회복 기간이 길다.

수술방법은 간단하다. 하복부를 절제해 충수를 제거하면 된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하기도 한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 카메라를 들여보낸 뒤 절제술을 시행하므로 흉터가 적고 회복 기간이 짧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 정도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대동병원 외과 구기범 과장은 “갑작스러운 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 중 심한 배탈이나 급체를 생각하며 왔다가 급성 충수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거나 오른쪽 아랫배 쪽을 손으로 눌렀다 땠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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