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일단은 판단 유보... 내달 12일 재심의키로

의사들에게 의료과실 입증책임을 부과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일단 멈췄다. 내달 12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을 한달 유보한 것.

보건복지위원회는 이처럼 의료사고구제법 재심의를 결정하면서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 해온 의료과실 입증책임 부분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의료과실 여부의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의사들에게 전가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의료계의 반대 의견을 일부 받아 들인 셈.

의료계는 이 문제가 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크게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소극적 방어적 진료를 일반화시킴으로써 환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줄기차게 국회에 전달해 왔었다.
주수호 회장과 박경철 대변인 등 의협 핵심 인사들은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 계획이 알려진 뒤부터는 출근을 국회로 할 정도로 의원 설득 작업에 매달려왔다는 후문.

더구나 의료법 저지를 위해 의협과 공조 중인 치과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는 물론 의료법에서는 방향을 달리하고 있는 병원협회까지 의협에 힘을 보탠 점이 보건복지위 위원들에게 크게 먹혔다는 분석이다.

실제 의료계 단체들은 지난 10일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이 법안은 의료인을 가해자로 규정하고 과실의 입증책임을 무한 전가시킴으로써 의료인의 위축진료, 불필요한 과잉 사전검사 등을 조장하여 결국 환자들의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현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를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주수호 회장은 “의료계 전체가 전방위로 나선 데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를 내세웠기 때문에 전체회의 통과를 막을 수 있었다"며 대 국회 활동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개원가는 '이번 법안을 일단 저지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분위기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합리적인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지 않고선 제왕절개 수술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의협은 현재의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담고 있는 독소조항을 제거하는데 회력을 모을 작정이다. 주수호 회장도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 '대화를 통해 법안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위를 통과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이기우 의원안과 안명옥 의원안 그리고 시민단체의 청원안 등 3개 법안을 대상으로 심의돼 이 가운데 법안명은 시민단체 청원안이, 핵심쟁점이 된 과실입증책임 전환은 이기우 의원안이, 그리고 대체적인 골격에선 안명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내용이 차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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