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화재예방 무엇이 문제인가?

병원들이 대형화-첨단화되면서 화재시 위험도는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본지 취재결과  K, H, S 등 서울의 대형병원은 화재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호에 이어 병원들의 대형화 속 감춰진 화재위험에 대해 무슨 문제가 있고, 제대로 화재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아본다.
 
◆소방점검 형식적…법만으로는 ‘위험’

일반적으로 병원들은 1년에 한번정도씩 소방시설관리업자를 통해 전체적인 점검을 받아야 하고, 이를 확인해 관할소방관서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점검도 허위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서류상으로만 점검한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점검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한 화재소방전문가는 “이는 경쟁 입찰을 통해 업자를 선정하다보니 단가만 낮아져서 점검인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며 “제대로 된 점검을 받을 수 있는 적정수준의 가격으로 입찰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저가 입찰제는 수정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법에서 정하는 이런 기본점검만 해서는 화재 예방은 물론 화재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방화문, 방화셔터, 배연창문, 피난계단, 건물틈새 등을 비롯해 천장위의 전기시설 등까지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건축법규에 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건물인허가 후 체크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점검도 거의 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시설에 대한 것은 극히 일부만 확인하고 마무리 짓는다는 점이다. 물론 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규정도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명오(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 소장은 “화재와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모든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병원전담종합점검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수시로 점검해 화재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고 지적했다.
 
◆병원들 대형화…위험노출 심각 

병원들이 대형화, 첨단화되어 가다보니 화재위험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K, H, S 등의 대학병원들을 확인한 결과 첨단시설 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을 내고(사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 대학병원 화재방재 담당자는 위험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다른 대학병원 담당자는 “지금부터 확인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시 벽에 뚫린 구멍은 상당히 위험한 불구멍을 만들어 대피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 화재확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부 화재방재담당자의 경우 병원 내의 방화셔터, 스프링클러 조작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한 대학병원 화재방재담당자는 “일부 그런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화재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의 안전은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 내에 있는 린넨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곳에서 세탁된 것들을 전기를 이용해 강제로 말리기 때문에 화재발생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대부분의 화재전문가들도 린넨실의 화재발생가능성은 염두해 두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대한 화재방재는 거의 안 돼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소방관서는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위험가능성을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 화재 방재전문가는 “대부분 일반인의 민원이나 증거가 확보됐을 경우에만 점검을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며 “이로 인해 화재전 예방 및 점검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은 소방관서의 점검시 비리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미 없는 보험가입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화재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거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화재보험, 기계보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 이런 보험에 형식적으로 가입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숭례문의 경우에도 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보상한도액은 9,000만원이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복원하는데 약 300억원이 투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보험에 가입돼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대형 화재발생시 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기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
 
한 화재보험전문가는 “S병원의 경우 1조이상의 배상책임보험을 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병원의 유동인구 및 피해금액 등을 유출해 뽑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병원과 유사한 규모를 갖춘 병원들은 대부분 이 금액의 1/3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가입돼 있는 것은 물론 1억원 한도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재발생으로 인한 피해보상은 사실상 외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한달에 고정적으로 나가야 되는 보험비용에 대해 적자로 생각할 수 밖에 없어 현실적인 금액의 보험가입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관할서도 오락가락

소방본부 및 소방관서도 문제다. 아직 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반적인 건물과 비슷한 정도의 대응매뉴얼만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본부 담당자는 “위험시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파악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관할소방서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한 소방서는 대형병원의 경우 위험물이 많을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고, 일반건물과 비슷하게 대응하면 될 것이다”고 답해 대형병원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들도 조기 정밀화재점검 필요

위에서 제기된 문제만 체크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법만 지키는 것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결국은 모든 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질환의 조기예방 및 치료를 강조하는 의료계에서 조기 정밀화재점검을 받아본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확인된 곳은 S병원뿐. 이곳은 최근 정밀진단을 통해 병원 내의 화재위험도 및 부족한 부분들을 확인하고 보완작업을 한 것은 물론 문제가 될 수 있는 보험문제도 이미 마무리 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곳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건물의 노후와 맞물려 천장 위나 구석구석에 위험도 높은 것들이 많지만 이를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화재소방담당자는 “병원은 화재시 일반 시설과 달라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며 “화재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정밀점검을 받아 위험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의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피난계획 마련 필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규모, 형태, 피난인원의 수와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피난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별 피난계획이 중요하다.
하지만 각 병원들은 이에 대한 준비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JCI인증을 받은 한 병원의 경우 기본적인 법규에만 충실할 뿐 만약에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방재담당자는 “혼자서 훈련계획 만들기에도 벅차다”며 “현실적으로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방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 투자를 할 곳은 없을 곳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료를 위해 들어간 병원에서 화재를 당하게 되면 환자들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야게 일어날지 모르는 화재 때문에 그 많은 환자들이 받을 위험은 사실상 측정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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