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기에 의협 적극 ‘맞대응’

지난 정권들과의 이해대립으로 그간 파란만장의 격동기에 묻혀 온 의료계, 정권교체를 맞아 최근 그 내부에서 미증유의 이념적 갈등논쟁이 파장을 더해 가고 있어 이를 둘러싸고 전개돼 나갈 향후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반적인 의료계 내의 기류와 다소 배치된 정치성향을 지닌 것으로 치부되는 구 야권에 발을 들여놓은 의사협회 지도부 인사에 대한 공격이 최근 노골화되는 등 의료계 내에서 심상찮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두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짓고 그간 다각도로 집중적인 융단포격을 퍼부어 온 의료계 주류사회가 이같은 사례에 대해 이질적 시각으로 경원시 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본격적으로 반발의 기류를 내뿜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사회 김영진 회장이 최근 구의사회 총회라는 공개석상에서 직접적으로 이름까지 거명하며 퇴진을 요구한 것은 이같은 의료계 분위기의 일단이 일시에 용출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협의 임원은 정치적인 중립을 굳게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의협의 모 이사가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협 해당 이사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 회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아진다고 볼순 없지만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는 형성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면서 “이젠 시대가 변했고 대화의 파트너로서의 환경도 조성된 만큼 굳이 여에서 야로 바뀐 정당에 편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의료계의 주류가 지금까지 좌파정권으로 규정지어 규탄해온 정치세력에 의협 이사가 전격적으로 합류해 중책을 맡은 것은 자칫 특정정당에 손을 내밀었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이념적 성향이 다소 상이한 구 여권과 절연하고 새로이 대화의 통로를 개설한 신 여권과의 유대관계 형성을 갈망하는 의료계 주류의 정치논점 표출이 국내 보수세력의 총합체인 강남지역에서 시발됐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대해 의사협회는 최근 공식적으로 “마치 의사협회가 문제시하는 것처럼 와전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통합민주당 공심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의협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며 그런 이유로 의협에서 활동하는 것이 문제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일각의 문제제기에 강력하게 쐐기를 박았다.
 
의협은 “야당의 중책을 맡은 것이 자칫 의료계가 특정 정당에 편향됐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의료계가 통합민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의협 임원이 특정 정당의 중책을 맡았다고 해서 정치적인 중립을 훼손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공천심사위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것은 의협의 대외 위상을 한층 더 제고할 수 있는 일이며 긍정적이고도 고무적인 사례로 평가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협도 이제는 여야 구분없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의료계의 입장이 잘 전달되고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한 인사는 “의협 집행부 인사라 해서 자신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받을 이유는 없다”면서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질타하고 배척하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사회주의의 긴 터널 속에서 정권 교체에 따라 새로운 서광을 되찾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의료계 내에서 야기되고 있는 이같은 갈등의 파장이 최근들어 불어오는 무시못할 중대한 주변의 상황변화로 인해 향후 어떤 양태로 전개돼 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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