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가운데 연이어 들이닥친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 시행 문제로 혼미에 빠진 의료계가 전열을 가다듬고 전면 거부라는 강력 응수로 적극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일보 후퇴해 지난 27일 이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는 현재로선 폐기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 제안을 일거에 일축, 서면청구 등으로 항거의 진용을 구축하는 한편,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까지도 적극 모색키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을 통해 이번 고시가 시행되면, 심사평가원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자료를 교환해야 하고 처방의약품의 정보도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돼 있다며 이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의협은 진료내역 전송이라 함은 차트를 이용하는 접속 및 진료, 검사, 수납처리 시간 등 모든 진료행위에 대한 내역이 실시간으로 보내진다는 의미로서 심평원이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통해 이 진료내역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을 탑재할 경우 결국, 의사가 모르는 사이 모든 처방기록이 이 시스템으로 흡입돼 심평원에서는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진료내역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사사건건 진료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철수 보험부회장<사진> 등 의협 관련 임원들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일명 이 DUR(Drug Utilization Review)시스템 시행에 대한 협회의 공식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전 부회장은 “국내 의원급의 처방문제 발생률은 연간 0.0006%에 불과하고 이것도 실제적인 문제로 불거진 사례는 없었다”면서 “이번 계획은 심평원 차원에서 의사 처방에 대해 감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DUR은 청구가 아닌 진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이번 정부의 시행방침은 진료와 청구에 대한 정확한 개념파악이 유탈된 오인에 기초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개인의 사유물을 대상으로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 침탈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협은 지난 19일 보험위원회 등 관련 회의를 잇달아 열고 DUR 시행에 대해 전면 거부키로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합법적 저항 수단인 요양급여비용의 서면청구를 독려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했다.
 
서면청구 방법을 동원할 경우 비교적 적은 참여인원으로도 대량의 서면청구로 인한 심평원의 업무마비를 촉발할 수 있어 이를 통해 정책당국으로부터 백기를 이끌어 낸다는 의도다.
 
의협은 다만,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 지난해의 전철을 반면교사 삼아 참여자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구대행 사업 등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정부나 국회에 만연돼 있는 의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이같은 불합리한 정책들을 양산하는 요인인 것 같다”면서 “향후엔 전문적 영역을 무단히 침범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더 가일층화 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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