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박경철 이사, 사임하며 고언

전임 수장을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등 중앙 정치무대 진격에 총력을 기울여 온 의료계가 그같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기대치를 충족치 못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최근 내부에서 ‘이래선 안된다’는 대오각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타 직역이 만족할 만한 소기의 결실을 얻은 것과는 달리 의료계는 전적분열 속에 이전투구하며 시대적 상황 파악에 안일하게 대처함으로써 세 확장에 실패,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의사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나 법안을 많이 내놓을수록 해당 국회의원이 우수의원으로 추앙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비단 정치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대중들에게도 저변화돼 있는 실상은 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대변인을 맡게 된 이후 의료계 내에서 수없는 공격에 휘둘려온 의협 박경철 정책이사<사진>는 그 자리를 물러나는 시기를 즈음해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 자리를 자청, 쉽게 얘기못할 의료계를 향한 쓴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 냈다.
 
박 이사는 먼저 “지난해 말 이사직을 그만두려 했으나 오해의 소지 등 사정이 있었으며 3주전 사의를 표명했고 회장이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에 동의해준 점에 감사드린다”면서 “야당에서의 주요 역할이 여당에서의 반기를 부를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있는데 이는 얼토당토않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 민주당 중진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한 상황에서 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정치권은 생각보다 큰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여당이 반감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는 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고 진정 실소를 자아낼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의사협회의 위상은 어느 타 부류 협회의 위상보다도 못한 정도로 추락돼 있고 격하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말 작고 치졸한 욕망들로 우리 의사사회 전체가 포장되면 그것은 비단 단순히 정치권내의 반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며 의료권 일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여야 관계없이 정당이 특정의 어느 한 집단을 놓고 그 집단을 보호하거나 비토하는 것이 자신들의 표에 득이 되는가가 가장 중요한 현실적 척도가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의사사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치력을 발휘함으로써 사회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집단으로 변신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의사출신 후보들은 일반직장인보다 오히려 더 페널티를 안고 있고 어떤 이점도 없으며 안타깝게도 의료계 내에서 ‘의사사회’란 이름으로, ‘의사사회가 잘되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많다”면서 “사회활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의사사회의 리더십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결집해 과거처럼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구조로서 일반회원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서로 뭉쳐졌을 때만이 비로소 정치권이나 사회로부터 의사사회가 두려운 존재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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