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 속 사회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나 의료계의 갈등이 심각하다. 의사와 약사, 양의와 한의, 간호사와 간호보조사.
 
말 그대로 지금의 의료계는 2자·3자의 대결구도로 갈등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소위 사회 지도층에 속한다는 의료계 인사들이 심심찮게 거리로 때를 지어 나온다. 과거 군사 독재시절 민주화 투쟁이 한참일 때도 거리로는 나오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무엇이 이들을 다급하게 하는 것일까.
 
그 나름 데로의 이유는 있다. 관치의료 타파에서부터 한방제제의 천연물신약 업역 문제 등등 저마다의 옳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 논리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계 갈등을 보면서 과거 ‘의료분쟁’으로 야기된 ‘의료파업’이 생각난다.
 
지난 2000년 당시 의료파업 기간 중 필자의 가족 중 한 사람이 3기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라도 빠른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대형병원들은 모두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 외에는 수술을 진행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암 진단을 받은지 한 달, 두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더군다나 환자의 주치의는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으로 한 달간 자리를 비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했다. 차를 몰아 공항으로 달려갔다.
 
가까스로 출국직전의 의사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따져 물었다. 의료파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이렇게 환자를 방치하다가 암의 진행으로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 오거나 하면 어쩔 것이냐고, 그것이 의사의 양심이냐고.
 
그리고 어떤 조치가 없이는 출국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 그 때서야 주치의는 병원에 전화로 필자의 가족에 대한 수술일정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고 그로부터 3일후 수술이 이루어 졌다.
 
이 같은 필자의 경험은 당시 의료파업 기간 중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겪었을 더 큰 고통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상황이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료계의 갈등을 보면서 자칫 의료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경제민주화, 의료민주화 등 우리나라의 민주화 요구가 또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민주화를 요구하는 방식도 보다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 환자를 그리고 모든 의료소비자를 볼모로 한 민주화 요구는 이 시대 또 다른 형태의 독재이자, 권력남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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