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작단계…독과점, 비용문제 해결점으로 남아

최근 다빈치로봇수술(이하 로봇수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로봇수술은 선명도가 높고, 배우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수술 및 복강경수술에 비해 월등히 고가인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연세의대 비뇨기과학교실 양승철 교수가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건연)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 로봇수술을 도입한 장본인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양승철 교수는 “로봇수술은 기술적 제한점이 큰 것은 물론이고 살릴 환자도 죽이는 등 효과성도 높지 않은데 가격만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로봇수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너무 단점만 부각시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봇수술 도입초기엔 문제

양승철 교수가 주장한 문제점은 ▲종양절제면의 정확한 절제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 ▲지금껏 나온 데이터는 조작이라는 점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수술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양 교수는 “환자에게 개복수술을 하면 ‘피가 철철 난다’, ‘2주는 입원해야한다’ 등의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로봇수술을 강요하는 경우도 봤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한 교수는 로봇수술 도입 초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수술 효과는 물론 부작용면에서도 복강경수술보다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
 
이 교수는 “양 교수는 로봇수술을 도입한 장본인이고, 초기에 로봇수술에 관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반의 일이다”며 “현재 로봇수술의 효과 및 장점은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H대병원 한 교수도 “현재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기에는 로봇수술을 시작한 기간이 짧고, 비급여로 돼 있어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복강경수술이 처음 도입됐을때 반발 및 문제점이 제기됐던 것처럼 로봇수술도 비슷한 상황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 “너무 많다” VS “더 많아져야 한다”

또 다른 논란의 핵심은 국내에 로봇수술시스템이 너무 많이 보급돼 있다는 점.
S대학병원 한 교수는 “세계 5위권의 로봇수술시스템 도입을 마치 큰 자랑인 것처럼 홍보하는데 이로 인한 국부유출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너무 많이 도입되다보니 환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너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보건연이 다빈치 로봇을 도입한 병원 의사 74명에게 ‘병원에서 다빈치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병원이미지 제고’와 ‘타 병원과의 경쟁률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H대병원 비뇨기과 한 교수는 “아직도 더 많이 도입되야 한다”며 “PET-CT, MDCT 등 최신장비들도 많은 병원에서 구입하는데 로봇수술시스템만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 및 유럽이 왜 계속 로봇수술을 확대해 나가는지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연에서 진행한 다빈치 수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 분석 토론회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로봇수술의 기술수준은 높지만, 독점판매로 인한 가격경쟁 결여 및 고가의 수술비 등은 해결돼야 할 문제며, 병원 간 상업적 전략을 위한 과도한 도입 경쟁의 자제 및 국산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로보틱스사에 따르면 2009년말 기준으로 전 세계 다빈치 시스템은 총 1,187대로 미국이 1,028대로 가장 많고, 이탈리아 45대, 독일과 프랑스 각각 33대, 한국 26대, 중국 15대, 일본 7대 등의 순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6월까지 한국에 도입돼 있는 다빈치 시스템은 연세의료원을 비롯해 서울대, 서울아산, 경희의료원, 고대의료원, 한양대, 전북대, 경북대병원 등과 삼성서울병원, 부산백뱅원이 추가 도입이 예정돼 있다.
 
◆로봇수술 만족도 높지만 비용은 문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은 40~70세 환자 183명(남 134명, 여 49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76%가 ‘만족한다’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환자들은 로봇수술의 장점으로 빠른 회복(50%)과 흉터적응(25%)을 꼽았다.
 
수술 받은 환자들의 수술 후 퇴원까지 소요된 시간분석 결과 58%가 7~10일, 5일 이내 퇴원환자도 23%였다.

특히 로봇수술 시술 암환자들이 대부분 진행 암 2기나 3기였던 것을 고려하면 정확성과 빠른 회복은 큰 장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응답환자 50%는 비용문제로 고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복수술은 200만원대, 복강경 수술은 300~400만원대, 로봇수술은 건당 700~1,500만원으로 비용 격차가 크다.
 
이는 다빈치시스템의 유지보수비용이 고가인 것은 물론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연 신채민 연구위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로봇수술은 2005년 24건, 2006년 150건, 2007년 600건, 2008년 2,500건, 2009년 4,000건이 이뤄졌다.
 
주요 수술분야는 비뇨기과, 외과, 흉부외과 등으로 전립샘암이나 방광암, 신장암, 심장수술이나 폐질환 수술,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등이었다.
 
기계 도입단가는 모델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사양을 기준으로 30~40억원이다. 또 연간 평균 유지보수 비용만 약 2억~2억5,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 계속될 듯

보건연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1월초에 마무리 짓고 내부심의 및 국내외전문가들과의 가치평가를 받은 후 상반기 중 최종결과를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로봇수술이 비용대비효과가 크지 않으며 고가인 것은 문제라는 핵심내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관련학회에서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돼 이번 논란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당분간 찬반양론사이에서 최적점을 찾기 위한 상호간의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외과학교실 한 교수는 “병원 내에서는 오히려 잘됐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로봇수술을 통해 병원이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왜곡 보도하고 있다”며 “교육비, 인건비, 유지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수익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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