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산' 세월따라 변하고, '게보린' 부작용 논란 약 대명사가 되는 등 천차만별

지금이야 증상별로 워낙 다양한 약들이 있지만, 약이 흔치않던 시절 곁에서 아픔을 잊게 해주던 귀한 약들이 있었다. 지금 그 약들은 새로운 약들의 등장에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제형 및 디자인 등을 새로운 감각으로 리뉴얼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기침과 가래, 인후통 등에 복용하는 용각산은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이 일본에서 들여와 판매하던 약으로 특유의 둥근 알루미늄 용기와 작은 수저로 입에 털어넣는 분말이 특징이다.
 
1967년 생산되어 올해 46년째를 맞이한 용각산은 지난 2002년 ‘용각산쿨’로 새롭게 태어났다. 용각산쿨은 휴대가 간편한 1회용 스틱포장에 아선약과 인삼가루 등의 성분이 추가됐으며, 민트향과 복숭아향 등 다양한 종류로 출시되어 젊은 세대에도 신선하게 다가가 용각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감기조심하세요. 감기, 몸살, 두통에 동아제약 판피린 에스"
 
 
동아제약 판피린은 지난 1961년 첫 생산한 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감기약이다. 성우 장유진씨의 ‘감기조심하세요’라는 목소리와 인형 모델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첫 생산 당시 정제였던 판피린은 1977년 판피린에스에서 액상형으로 바뀌는 등 긴 세월만큼이나 변화를 거듭했다. 지난 2007년 출시된 ‘판피린큐’는 구연산티페피딘 성분이 추가되어 진해거담작용이 강화됐으며, 그 사이에 판피린 광고에 등장하던 인형 모델도 의상이 변화하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현재도 판피린은 액체감기약 시장에서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편 오랜기간 브랜드파워를 자랑했지만 안전성문제 등으로 논란이 되어 주춤한 의약품도 있다.
 
“맞다 게보린,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
 
삼진제약 게보린은 1977년 게보나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가 1979년 게보린으로 개명,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과 빠른 효과로 오랜 시간동안 국내 진통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게보린에 함유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성분의 부작용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장기간 논란이 됐으며, 지난해에는 국정감사에서까지 게보린의 부작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약물위해학회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정부는 3년동안 게보린 퇴출을 유예했다.
 
이런 민감한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통해 “게보린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살이 빠진다”거나 “게보린을 다량 복용해서 학교 조퇴를 맞자”는 등의 이야기가 확산됐고, 삼진제약은 인기걸그룹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가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자 해당 광고를 중단하는 헤프닝을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게보린은 안전성 여부가 명확하게 판가름나지 않은채 ‘한국인의 두통약’이라는 명성에 멍애를 안고가게 됐다.
 
“바보. 아프지마요. 펜잘”
 
반면 경쟁품목인 종근당의 펜잘은 논란이 된 IPA성분을 빼서 출시하고, 디자인과 복용 대상을 차별화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1984년 출시해 자연스럽게 게보린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펜잘은 IPA 논란이 일자 자발적 리콜에 들어가 해당 성분을 뺀 펜잘큐를 출시했다.
 
게보린이 걸그룹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논란이 됐던 반면, 펜잘은 아이돌그룹 JYJ를 광고모델로 했지만 IPA성분이 제외되어 문제점이 따로 제기되지 않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JYJ가 헌신적인 간호남이 되어 여자친구를 간호하는 모습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으며, 진통제 시장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케이스에 구스타프클림트의 ‘아델 브로흐바우어의 초상’이라는 명화를 사용하는 등 디자인 전략을 펼쳐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복통, 배탈, 설사에 정로환”
 
동성제약의 정로환은 고 이선규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제조법을 구해 한국에서 팔게된 건위정장제다. 1972년 출시된 정로환은 다섯가지 생약성분으로 구성되었으며 주성분인 크레오소트의 강한 향이 특징이다. 그러나 크레오소트 냄새에 거부감이 들 경우 정제로 코팅된 정로환당의정을 복용하면 된다. 출시 당시 50억원어치를 판매하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1년에는 크레오소트 성분이 위장관손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식약청으로부터 일부 허가사항을 변경토록 지시받은 바 있으며, 보령제약과는 상표권을 둘러싸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른 약들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품목으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동성제약의 정로환은 오랜 시간동안 해당 디자인을 고수하며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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