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ABO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 생존율 96% 이상 달성

서울아산병원에서 200번째 부적합 신장이식 받은 환자. 만성 신부전으로 고통받다 지난달 5일 혈액형 A형인 친척의 신장을 이식받은 O형 임 모씨(53, 女)와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의 모습.
 
이식받는 환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같지 않더라도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혈액형은 더 이상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가 세계 최다 220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과 국내 최다 200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환자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간과 신장 모두 96%(1년)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14일 밝혔다.
 
ABO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이란 이식 수술 전 수혜자에게 혈장교환술, B세포(면역세포) 제거 항체 주입 등을 통해 문제가 되는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한 후 간이나 신장, 췌장 등의 장기를 주고받는 수술을 말한다.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술은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그동안 가족이나 비 혈연간 생체 장기 이식이 어려웠고, 혈액형이 적합한 뇌사자의 장기 기증만 기약 없이 기다리던 말기 장기 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성공적인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부적합 이식 수술을 분석 결과 간과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 생존율이 적합 이식 수술과 대등했으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반 이식과 마찬 가지로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20건의 세계 최다 수술에 성공한 부적합 간이식은 96%(1년), 93%(3년), 93%(5년)의 환자 생존율로 적합 이식 생존율 96%, 90.5%, 88%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200건의 국내 최다 수술을 시행 중인 부적합 신장이식 역시 생존율이 98%(1년), 96%(3년), 96%(5년)를 기록, 적합 이식 생존율 97%, 96%, 94%를 뛰어넘었다.
 
특히 이 같은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간과 신장 모두 세계적으로 장기이식 강국이라는 일본, 유럽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식팀 송기원 교수는 “혈액형 부적합 이식 수술의 경우 면역 거부 반응 등을 판단해 전신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증환자까지 치료 대상으로 고려될 정도로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며, “수술 전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결과 예측과 수술 후 집중적인 환자 관리가 성공적 수술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풍부한 수술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적합 이식수술 환자 증가로 2009년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된 각 분야의 생체 이식 중 부적합 이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신장)와 15%(간)를 기록하는 등 2009년 이후 생체 이식을 받은 환자 약 5명 중 1명이 부적합 이식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1996년 2월 국내 처음으로 부적합 간이식에 성공한 간이식팀은 2011년 46건, 2012년 73건, 2013년 9월 현재 57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2009년 2월 첫 부적합 신장이식에 성공한 신장이식팀은 2011년 42건, 2012년 57건, 2013년 9월 현재 54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또 조직적합성항원(HLA)에 대한 항체 형성으로 수술이 쉽지 않은 환자에게도 문제가 되는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탈감작(desensitization, 脫感作) 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T-flow 양성뿐만 아니라 HLA 혈청학적 양성인 환자에게까지 성공적인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는 “풍부한 임상경험과 정교한 수술기법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이식 건수와 생존율을 기록할 수 있었으며, 결과가 말해주듯 이제 더 이상 혈액형은 장기를 기증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신장이식 대기자가 1만3000명, 간이식 대기자가 6000명에 이를 정도로 기증자보다 말기부전 환자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수술법의 발전과 더불어 장기기증 문화도 확산돼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아시아 장기이식센터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연간 200례 이상의 신장이식 시행, 2012년 277건의 세계 최다 생체 신장이식 수술 성공, 올해 세계 최다인 3338건의 생체 간이식을 진행 하는 등 국내외 장기이식 발전을 이끌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기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장기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혈액형의 장기가 들어오면 받는 사람 몸의 면역체계가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 몸에는 B형에 대한 항체가 있다. B형 항체는 B형 항원을 만나면 자물쇠와 열쇠처럼 딱 들어맞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A형인 사람에게 B형인 사람의 장기(항원)가 들어오면 장기 색깔이 변하면서 혈액순환이 안돼 장기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환자의 생명까지 위독해진다. 하지만 현재는 위의 방법을 통해 문제가 되는 항체를 제거하고 항원이 들어와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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