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경 신임 의료원장, 세계적 수준의 특성화 연구중심 병원 목표

“국내 빅5 병원처럼 규모가 큰게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계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투명·소통경영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기관 만들겠다”
 
고려대의료원 김우경 신임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사진)이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1일 김우경호(號)를 출범시켰다. 임기는 2015년 11월30일까지다.
 
김우경 의무부총장은 최근 4년간 고려대 구로병원장을 맡아 수도권 대표병원으로 성장시켜 탁월한 병원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김 의무부총장은 1953년생으로, 1978년 고려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 석·박사를 마쳤다.
 
고려대 구로병원장 재임기간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다. 암병원 신축,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선정 등 굵직한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구로병원은 병상가동률 국내 1위,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됐다.
 
김 의무부총장은 성형외과의사로도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세계 최초로 열 손가락 미세접합 수술을 집도한 사례가 ‘미국 수부외과 학회’에 보고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베테랑 의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등 이 분야 명의로서 인정 받고 있다.
 
이제 김 의무부총장은 고려대의료원의 새 수장으로서 발걸음을 내딛는다. 세계적 수준의 특성화센터를 10개 이상 육성하고 국내대표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한다는 고려대의료원의 제 2의 도약에 관한 포부와 비전을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무부총장은 취임 포부와 향후 고려대의료원 경영방침에 대해 말했다.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취임 소감은.
“중차대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먼저 핵심적인 선결과제를 중심으로 진료와 연구환경을 개선하겠다. 믿음, 화합, 단결을 바탕으로, ‘함께’라는 힘과 지혜로 고려대의료원 제 2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
 
-현재 고려대의료원을 평가한다면.
“고려대의료원은 언론이 말하는 빅5 병원은 아니다. 규모가 큰 병원이 일류병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규모로는 10위권 밖이지만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됐다. 고려대의료원이 연구능력, 진료의 질, 의료계를 선도할 수 있는 실력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김 의무부총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경영, 투명경영, 소통경영을 제일 첫 번째로 강조했다. 이 세가지 경영방침으로 고려대의료원 마스터플랜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마스터플랜은.
“단기적으로 안암병원은 첨단의학센터 설립, 전문화센터 집중육성, JCI인증을 기반으로 한 국제병원 도약이다. 구로병원은 신관(암병원)증축, 진료인프라(수술실 등 공용진료시설) 확충, 연구공간 확보이다. 안산병원은 3차 의료기관 기능강화, 진료 및 연구시설 확보, 교원의 자긍심 고취이다. 기초의학 및 보건과학대학 미래상 제시 등의 분야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하겠다. 장기적으로 각 병원의 미래전략을 존중하여,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병행발전 원칙 아래 각 병원이 특화해 나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의료원은 이를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
 
모두가 참여해 결정하고 책임지는 조직 내 소통문화 정착을 통해,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수렴으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활력있고 자발적인 조직문화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무부총장은 첨단의료를 실현하는 글로벌 특성화센터를 육성해 병원의 경쟁력과 의료서비스 강화에 나선다고 말했다.
 
 
-안암병원의 글로벌 특성화센터 구체적 전략은.
“안암병원은 국내 최초로 부정맥센터를 개소한 부정맥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김영훈 교수(순환기내과)를 포함한 심장전문 의료진들이 연중무휴 24시간 부정맥 치료시스템을 완비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대장암 로봇수술 선두주자 김선한 교수(대장항문외과)는 미국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메이요클리닉과 클리브랜드클리닉에서 직장암 라이브서저리(Live Surgery·수술생중계)를 시행해 한국 로봇수술의 수준을 과시한 바 있다. 맞춤형 암치료를 지향하는 암센터, 첨단 의료기기와 전문의의 만남 로봇수술센터(사진), 생명을 잇는 신의 의술 장기이식센터, 아시아 최고의 심혈관센터, 첨단 소화기질환의 맞춤형 치료 소화기센터 등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첨단치료센터이다”
 
-구로병원의 구체적 전략은.
“당뇨발 치료의 메카 구로병원 당뇨성창상센터는 1000례 이상의 당뇨발 진료경험 및 꾸준한 연구성과를 통해 우수한 치료성공률을 달성했다. 국내를 넘어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특성화센터이다. 개원초기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수부외과 분야는 물론 손목터널증후군이 손저림증의 원인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도 정확한 진단과 많은 수술을 통해 치료했다. 지난 2008년 신·본관 그랜드 오픈으로 최첨단의료장비도입, 진료시스템 혁신으로 양적성장과 더불어 진료 특성화라는 질적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내고 있다. 간센터,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여성암센터, 암센터, 안·이비인후센터,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 등은 서울·수도권 등을 통해 전국거점 병원으로 탈바꿈 시킨 대표적인 임상센터이다.”
 
-안산병원의 구체적 전략은.
“산업공단에 위치한 안산병원은 직업환경의학센터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을 책임진다. 박종태 교수(직업환경의학과)가 센터장을 맡아 근로자의 보건관리 전국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바 있다. 우수한 의료진과 작업환경측정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어 최고의 분석능력 및 수준 높은 보건관리서비스로 전국 직업환경의학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특성화센터로 인정받고 있다. 지역진료 특성화와 대형 코호트연구, 지역적 특성과 수도권 교통요충입지를 고려한 응급의료센터와 재활의학센터 등은 안산병원을 서해안 대표병원으로 성장시켰다.”
 
김 의무부총장은 구로병원을 이끌면서 겪어던 경험을 살려 글로벌 특성화센터 육성을 추진한다며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빅5 병원을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구성원들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옆에서 서포트를 해줘야 일이 진행되지 위에서 하자고 해서는 안된다. 원장이 하라고 해서 일이 성사다면 돈으로 안되는게 없다. 돈과 인력만 투입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안암병원(사진) 적자 해결책은.
“좋은 적자, 나쁜 흑자가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건 성급한 판단이다.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흑자내기 어려운 진료과가 있듯이 병원구조상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진료과는 도저히 수익이 안나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버리면 안된다. 대학병원이라는 곳은 어느 한두개 진료과가 잘된다고 병원이 발전하는게 아니다. 딱 잘라말하기 어렵지만 지리적 요건, 직원 사기, 교수 연령대 등이 적자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강한 흑자인지 나쁜 적자인지 알아보겠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고려대의료원은 80~125억원 흑자 진행중이라며, 2014년도부터는 훨씬 더 많은 흑자가 발생하는게 바램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 경쟁 상대는.
“경쟁 병원은 세브란스로 생각한다. 우리병원 보다 규모도 크고 역사도 오래됐다. 기독교병원이라 해외환자 유치도 많고 수십년간 쌓아온 인맥도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대기업이 지원하는 곳으로 우리 병원과는 근본이 다르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고 국립대병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쟁 상대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세브란스 밖에 없다.”
 
고려대의료원은 2013년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 중 유일하게 산하 두 개 병원(안암·구로병원)이 동시에 지정됐다. 현재 고려대의료원의 매출액 대비 연구비는 빅5 병원이 6%대 수준인데 반해 고려대의료원은 8%로 국내 최고수준이며, 그 비중을 단계별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국내 최고연구중심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구체적 계획은.
“병원이 진료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지금, 가장 발전 가능성 있는 분야가 연구라고 생각한다. 연구비 규모가 커지면 이를 통한 수입증대는 물론 연구자에 대한 지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병원과 연구자 모두가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을 구축하겠다. 안암병원의 중점 연구 분야는 유전체 맞춤의료, 줄기세포기반 재생의료, IT 융합연구이다. 유전체맞춤치료는 김열홍 교수(혈액종양내과)를 중심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구로병원은 백신, 의료기기, 재생의학, 암분야 등 4가지를 중점 연구 분야로 지정하고 있다. 구로병원 백신 연구분야는 바이러스 감염분야 국내 전문가인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를 필두로 백신 국산화와 새로운 바이러스·세균 백신의 개발 및 산업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14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출범시킨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의 수장을 맡아, 신종 바이러스 진단제와 치료제, 백신 연구개발 등에 앞장서고 있다. 차세대 연구중심병원을 목표로 하는 안산병원은 의과학 연구 활성화의 핵심기지를 담당하고 있다. IBC 올해의 선도의학자로 선정된 황선욱 교수를 중심으로 고려대 의대의 연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의료, 제약산업의 발전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려대의료원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객 만족도 중요하지만 직원 만족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만족해야 자발적인 고객서비스가 나온다. 불만족 하는데 어떻게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하겠나. 요즘 어느 병원이나 친절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구로병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에게 친절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랬어도 구로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에게 친절했다. 이유는 병원이 직원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불만족한 상황에서 친절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요즘 말하는 감정노동이다. 부당하게 항의하는 환자들에게는 정당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구로병원 직원들이 원하는 업무환경으로 개선시켰다. 예를 들어 식자재비가 많이 소요되지만 직원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식사를 준비했다. 야간 근로자가 식사할 수 있도록 야간에도 직원 식당을 운영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휴게실을 설치했다. 임신한 직원을 위해 임산부 근무복을 제작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썼다. 직원 만족부터 먼저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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