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 “현재 약가에서 최고 30%까지 낮출 수 있어”

최근들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CSO(Contracts Sales Organization, 판매계약대행업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막강한 영업력을 앞세우고 있는 CSO에게 중소제약사 품목 계약이 몰리면서 일부 CSO가 이와 같은 우월한 지위를 앞세워 약품 유통시장의 물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CSO은 제약사와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기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 항목을 정하면서 약가 중에서 자신들이 차지하는 몫을 최대한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가에서 제약사와 CSO와의 배분비율은 제약사 45%, CSO 55%로 되는 경우가 있어 CSO가 차지하는 몫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A제약사와 B판매대행업체 간에 체결된 판매대행업무계약서에 명기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CSO가 가져가는 포션이 커진 이유는 CSO가 확대된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유통시장에서 위치가 높아진 것 외에도 CSO가 확보한 몫의 일부가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리베이트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CSO는 자사와 계약한 제약사 제품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 의료진들의 협조가 불가피하고 처방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질적인 관행인 리베이트라는 당근을 던져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CSO 한 곳이 복수의 제약사 경쟁품목을 함께 영업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CSO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 같은 높아진 위상을 빌미로 약가 중에서 CSO가 가져가는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다양한 거래처 확보 및 실적 좋은 CSO와 계약을 선호할 수 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CSO의 무리한 요구를 계약서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약품 유통시장의 변화 물결 속에서 제약사와 CSO간 ‘갑을관계’가 뒤바뀌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말미암아 업계 일각에서는 CS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CSO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정당국의 조사가 착수될 것이라는 첩보도 흘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소제약 CEO는 “판매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고, 또한 자금여력상 자체 영업마케팅 부서를 둘 수 없는 처지인 우리와 같은 영세 업체들은 CSO와 계약을 진행할 때 자사 제품 판매실적 제고를 위해 영업력이 탁월한 CSO에 대해선 그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계약서 체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CSO와 계약을 맺으면서 다양한 조건을 우월적으로 제시하는 등 확실한 갑의 위치에서 계약을 맺었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되면서 오히려 을의 위치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체의 아킬레스건인 리베이트에 대한 부담없이 CSO의 영업력으로 회사가 원하는 실적을 내준다면 CSO가 가져가는 몫이 상대적으로 크다해도 상관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업계 상황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사와 CSO간의 계약 체결은 그 내용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양측 당사자 간에 합리적인 판단 하에 이뤄지는 한 행정기관이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일부 CSO의 경우 리베이트와 관련한 사각지대가 있다는 첩보를 접하면서 이에 대한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CSO의 리베이트 연루설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와 대책 마련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약품 유통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리베이트를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자행하고 있는 CSO의 경우 자신들이 가져가는 배분 몫 가운데 대략 15-20% 정도가 리베이트와 관련돼 지출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 같은 리베이트 비리가 발본색원될 경우에는 약가를 현재 100으로 칠 때 영업비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70까지 내려 갈 수 있으며 이는 일반 의약품 소비자의 부담 경감은 물론이거니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를 자체적으로 척결할 것이라고 자율정화운동을 아무리 전개한다 해도 일부 CSO가 물을 흐려 놓으면 이는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CSO 가운데는 업태가 불분명한 가운데 도매업 또는 서비스업으로 업종 신고를 하고 있는 곳이 많으며, 이들은 단순히 공급자인 제약사와 수요처인 병.의원 간의 거래를 구두로 연결만 시켜주고 엄청난 판매대행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마케팅 대행사(CSO)와 도매업체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제약협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리베이트 근절 등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유통단계에서의 부조리도 반드시 함께 바로 잡아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윤리경영과 의약품 유통시장 투명성 제고 노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내달 14일 이사회를 열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위한 제약업계 자체 노력에 대한 점검 차원의 설문조사와 별도로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CSO와 도매업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면서 “불법 리베이트 추방을 비롯한 제약업계의 자정노력과 더불어 유통질서 문란행위에 대한 근절이 병행될 때 업계의 상호 발전은 물론 대국민 신뢰도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