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계기로 의료문화 후진성 탈피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새로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하나가 ‘병원 쇼핑’이란 단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닥터 쇼핑’이라고도 한다.

쇼핑은 소비자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면서 이 점포, 저 가게, 이 매장, 저 마트 등을 둘러보는 것을 일반적으로 칭한다.

그래서 ‘병원 쇼핑’은 환자, 즉 의료소비자가 자기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 저 의원을 옮겨 다니면서 자신을 최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찾아나서는 일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쇼핑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네의원을 거쳐서 병원, 지역거점병원, 수도권 종합병원까지 전전하면서 병원 쇼핑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후진적 의료문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이른바 ‘수퍼전파자(super spreader)’들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벌인 병원 쇼핑은 환자 본인에게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다니느라 심한 고생을 했음은 물론 이동 시 접촉자, 또는 병원 내에서의 감염으로 인해 여러 피해자들을 발생시켰다는데 커다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수퍼 전파자’로 분류되는 1번 환자는 4곳, 14번 환자는 3곳, 76번 환자는 2곳의 병원을 거쳤다.

이들 수퍼 전파자들의 공통점은 동네 병원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호전되지 않으면 곧장 상급종합병원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의료 쇼핑의 행태를 보였다.

일각에선 이 환자들이 처음 방문한 의원급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다면 이동경로에 따른 접촉자 발생과 감염자 수 증가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병원 쇼핑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성행하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으로 진찰비가 저렴한데다(노인들은 더욱 저렴함) 동네의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신감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진료비가 적어 환자가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부담이 적다는 것이며, 작은 동네의원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한다는 점인데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진료비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진료비를 차등화 해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차적으로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환자의 예후를 살펴본 뒤 필요할 경우 상급병원으로 올려 보내는 식으로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증 환자는 동네의원이 맡고, 중증환자는 대학병원이 진료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 무분별한 병원 쇼핑 문화를 불식시킬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한편,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여러 병의원을 다니다가 대학병원을 가는 일명 ‘병원 쇼핑’ 문화가 여러 병원에서 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켰다”며 “대형병원과 동네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새겨 들을만한 지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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