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사용 줄이고 항상 피부 보호제 발라줘야

새학기가 시작됐다. 한껏 들뜬 자녀들과는 달리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아내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자녀들의 등교준비는 물론 남편의 출근까지 맞물려 빨래나 청소, 요리 등 넘쳐나는 집안일로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족들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결혼 전 아내의 고운 손은 한해 두 해가 흘러갈수록 점점 거칠어지고, 자신도 모르는 새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표적인 손 질환인 습진의 평생유병률(평생에 한번 이상 질병에 이환되는 경우)은 20%정도며, 그 중 상당수인 30%가 주부습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부들이 흔히 잘 걸리는 손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아름다운 손을 되찾기 위한 예방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신경외과 문병관 교수, 피부과 이현경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탁월한 운동성과 정교한 감각신경을 가진 ‘손’
주부들의 경우 도마질이나 요리, 청소 등 대부분의 작업이 손을 이용하는 것이 많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악기 사용으로 인한 손의 사용이 증가되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손과 관련된 질환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손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역할과 구조는 대단히 중요하고 복잡하다.
 
총 27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는 손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많은 땀샘이 있다. 손바닥은 발바닥과 함께 인체 중에서 햇볕에 타지 않는 유일한 곳으로 흑인과 백인의 손바닥 색깔이 비슷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심장으로부터 먼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추운 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차가워지는 곳도 손발이다.
 
손은 뛰어난 운동성을 가질 뿐 아니라 피부자극에 대한 정교한 감각신경을 가지며 대부분은 손가락 끝에 모여 있다.
 
옷감을 만져서 질을 판단하거나 농부들이 흙을 만져만 보고도 토양의 질을 알 수 있는가 하면, 장님이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탁월한 감각신경 덕분이다.
 
손의 큰 특징인 지문은 임신 4개월 정도의 태아시기에 형성되는데, 이 세상 누구도 똑같은 지문을 갖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은 전체 손 운동의 45% 정도를 담당하며 다른 손가락들은 엄지와 떨어지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특히 새끼손가락이 그 정도가 심하다.
 
◆시도 때도 없이 저릿저릿 ‘손저림증’
주부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손 질환으로 우선 손저림증을 들 수 있다. 손저림증은 그 원인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최근 컴퓨터 사용 증가와 함께 VDT증후군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손목굴증후군(수근관증후군)은 특히 주부들에게 많은 질환이다.
 
빨래, 설거지, 청소 등 팔목에 힘주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컴퓨터 마우스를 오랜 시간 많이 사용하면 손목 부위의 인대가 두꺼워지고 그 아래를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려 저림증을 느끼게 된다.
대체로 저린 증상이 손바닥 쪽에서만 있고 새끼손가락이나 손등부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저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며 주로 늦은 저녁과 새벽에 심하며 잠자다 손이 저려서 깨어나 손을 주무르거나 털게 된다.
 
주로 중년 여성에서 흔하며 대부분 양손에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엄지두덩이 근육이 위축되어 납작해져서 원숭이 손처럼 된다. 또 엄지손가락 기능이 떨어져 젓가락질이 서툴어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된다.
 
손목굴증후군은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로 확진할 수 있으며, 혈액검사나 뇨검사는 원인 질환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간혹 CT 혹은 MRI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손목을 과도하게 구부리거나 재끼면 저린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쉽게 자가진단을 할 수 있으나 원인 감별을 위하여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손목을 자주 쉬어주고 올바른 자세를 생활화하여 손목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약물 요법이나 보조기를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으며 신경 손상이 심한 경우 수술 치료를 받아야한다.
 
문병관 교수는 “손저림증은 무심코 넘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원인을 알고 보면 위험한 질환의 신호일 때가 많다”며 “따라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조기에 원인 질환을 밝혀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여름에도 손이 시려워 ‘수족냉증’
중년 여성들 중에는 손이 유난히 차가운 사람이 있다. 보통의 온도에서 참기 곤란한 상태의 냉각과민증을 느끼는 질환으로, 발에서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손발 끝에서부터 팔꿈치와 무릎까지 차가워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잠자리에서까지 양말이나 장갑을 끼고 자는 사람도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데 연령별로는 사춘기, 갱년기, 불임증, 출산 후의 산모 등에서 빈번하다.
 
말초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 저림의 특징은 주로 저린 증상보다는 다섯 개 손가락 끝 부위에 우리한 통증이 더 흔한 증상이며 특히 다섯 개 손가락 끝이 차다. 찬물에 손을 담그면 손끝이 희게 변하며 손의 땀 분비에 변화가 생기며 손목부위의 맥박이 약하게 느껴진다.
 
기존에는 X-ray나 CT만으로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근래 들어 사람 피부표면에서 자연 방사되는 적외선을 카메라로 감지하고 이를 일정 온도차로 등분해 각기 다른 색상으로 브라운관 스크린에 나타내는 영상진단법인 적외선 체열진단기기로 수족냉증을 시각적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치료는 약물로 혈관 확장을 도와주거나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국소마취제나 신경파괴제에 의한 교감신경차단을 시행한다.
 
문 교수는 “평소에 충분한 운동으로 혈액 순환을 도와주고 신경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1, B12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과로나 과음, 흡연 등을 피하고 싱겁게 먹는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에 물마를 날 없어 ‘주부습진’
아토피성 피부염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며 마늘, 양파, 고추 등의 자극성 채소나 간장, 소금, 고춧가루 등의 향신료를 접촉하고, 물이나 세제가 피부에 장시간 닿아 있으면 각질층에 손상을 주고 피부의 방어기전이 무너져 피부염을 일으킨다.
 
이런 증상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에만 나타나다가 차츰 손가락 전체, 손바닥, 손목, 손 등으로 번지는데, 비누세제나 고무장갑, 물과 흙을 만지는 일,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때문에 악화된다.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항소염제가 섞인 국소 스테로이드크림이나 연고제를 바르면 증상이 호전되고 심한 경우에는 내복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서 증상을 빨리 가라앉혀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피부가 물이나 세제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무제품, 향료, 금속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평소에 조심해야 한다.
 
이현경 교수는 “발병 초기부터 치료하여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되도록 너무 뜨거운 물을 쓰지 말고 손을 씻고 난 뒤에는 반드시 피부보호제를 발라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