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려는 유혹, 받으려는 유혹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국회는 지난 2010년 4월 28일 본 회의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3개 법안을 찬성으로 가결하였다. 이어 같은 해 5월 1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을 의결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법안 공포 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0년 11월부터 시행돼 오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란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이 약값에 반영되어, 국민이 불공정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악순환을 근절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전액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이에 상당하는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의무이행의 주체는 의사와 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의약품 제조사나 수입사, 도매상 등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포함해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당초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자 이번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탄생했다. 이는 작년 7월 2일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사가 의약품 채택 대가로 병원, 의사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두 번 이상 적발된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영구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의약품 유통시장을 정화(淨化)시켜 의약품을 둘러싼 국민들의 부담 증가와 사회적 비용의 확대, 그리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갖가지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 왔으나 이 또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A제약회사 영업이사 손모(46)씨와 외국계 의료기기판매업체인 B사 김모(46) 사장 등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신모(47)씨 등 의사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적발된 9개 업체와 의사 339명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의사 193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행정처분을 의뢰하지 않았다.

A제약회사 손 이사는 2010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의사 461명에게 554차례에 걸쳐 3억5900만원가량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인 B사는 201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해외 제품설명회를 핑계로 의사 74명에게 해외 골프관광비 2억4000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대학병원 의사 김모(48)씨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현금, 신용카드를 받아쓰거나 영업사원이 미리 술값·식대를 결제해둔 식당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내밀하게 오고 가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이번에 대규모로 검찰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제약업계는 윤리경영, 준법경영 등을 외치고 수차례에 걸쳐 법규준수 프로그램을 세워 이를 정착시킨다고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여전히 리베이트의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리베이트를 근절하여 의약품 유통시장을 맑게 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켜야 하는 당사자들의 의식변화 없이는 언제나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규모 리베이트 적발 사건을 접하면서 제약사는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윤리경영, 정도경영의 의지를 다시금 되새기고, 의료인들은 편법적, 탈법적으로 은밀하게 전해지는 리베이트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냉철하게 주위를 살펴야 할 것이다.

법망(法網)은 몇 번 빠져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천망(天網)은 비록 성글긴 하지만 언젠가는 비리를 잡아내 법망 안으로 들어가게 함을 상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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